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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포장상자 "원자재값 50% 뛰는데 주문량은 30% 줄어"

■3고에 적자 경보음 커지는 중기

'거래처 끊길라' 가격 못올려

가구·포장상자업체 실적 '뚝'

대교 등 학습지 손실 눈덩이

5중고 시멘트·레미콘업계는

생산할수록 손실 '최악' 상황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3고(高)’ 현상으로 적자의 늪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공작 기계를 수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인천남동공단에서 20년째 포장상자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요즘 시름이 깊다. 폐업까지 고민할 정도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고 있지만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적자가 확대되는 탓이다. 주문 물량은 30% 가까이 줄었는데 포장상자를 만들기 위한 골판지 원자재인 라이너(표면종이) 가격은 올해 들어 50% 가량 올랐다. 심지어 지난달 판매량은 전달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A사장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제조업 현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원자재가 급등해 제품단가를 올리고 싶지만 거래처마저 끊길까 봐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며 팔고 있고 인건비와 공장 가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늘리고 싶지만 이자 부담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 건자재 B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제품 가격을 10% 가량 올렸지만 판매량은 되레 줄어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외환위기 때도 영업 적자가 안 났는데 원자재 값 급등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3고(高)’ 현상으로 중소업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원유를 비롯해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며 중소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에 비상이 걸린 데다 최악 인력난까지 겹쳐 중소업계는 지금이 ‘위기 중의 위기’라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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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고충은 영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과 주택거래량 감소 등의 여파로 가구업계 대부분이 수익 악화를 기록했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2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영업이익은 122억 원으로 76.9% 급감했다. 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리바트는 2분기 경우 2억8600만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까사 역시 영업손실이 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학습지 업체 눈높이 대교그룹도 2분기 영업손실이 81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순손실은 71억원으로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188억에 달한다. 학습지 업체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구독료 인상에 나섰다. 교원 구몬학습과 대교 눈높이학습은 올 상반기(1∼6월) 월 구독료를 각각 2000∼5000원(4∼13%)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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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국제펄프 값 탓에 국내 1·2위 제지사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 역시 인쇄용지 가격을 올해만 1월 7%, 5월 15% 두 차례 인상하고 10월에는 할인율을 축소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실적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쇄용지 원가의 약 40∼50%를 차지하는 펄프 가격이 올 들어 8개월째 오름세다. 서울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3대째 이어온 C사장은 “잉크 등 부자재 값이 2년간 50% 올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며 “직원을 해고하고 운영비를 줄였지만 폐업에 직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치솟은 유연탄 가격과 고높은 전기료 등 ‘5고(高)’에 신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C&E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24억원으로 53.2% 줄었다. 유진기업·동양·아주산업 등 국내 레미콘 빅3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동양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적자 2억원을 기록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상승하면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전기료 인상으로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시멘트를 생산할수록 손실이 급증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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