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 은행에 이어 국내 선물회사에서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발견했다. 국내 증권사와 선물사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이상 외화 송금 거래 정황이 있는 NH선물에 대해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현재까지 50억40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송금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금감원은 외국인투자자가 선물회사를 통해 '김치프리미엄(한국의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 등을 노린 차익거래 목적으로 외화 송금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외국인투자자는 해외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2012년 외국인 투자자로 국내에 등록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외국인투자법인 대표가 원·달러 선물거래 등 파생상품 거래 명목으로 NH선물에 법인 명의의 위탁계좌를 개설하고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인출한 자금을 동 위탁계좌를 통해 동 법인의 해외계좌로 송금한 거래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외국인투자법인 대표는 중국 국적으로 대부분 미국으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송금은 2019년 8월 19일부터 올해 7월29일까지 50억4000만달러 규모로 진행됐다. 이는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규모 72억2000만달러의 70% 수준이며 2021년 이후 송금액의 95%에 해당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2년 국내 등록 후 거래 초기에는 파생상품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2019년 이후에는 가상자산 차익거래를 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9년과 2020년에는 해외계좌에서 NH선물 위탁계좌로 송금받은 자금(11억2000만달러)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입금하는 거래(역방향 거래)가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권의 이상 외화거래와 비슷한 구조지만 송금 주체가 무역법인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법인인 점, 해외수취인이 타법인이 아닌 본인(외국인투자법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증빙이 필요한 사전송금방식 대신 증빙이 필요없는 투자금 회수 형태로 외화를 송금한 점이 다르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NH선물에 대한 검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추가 확인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신속히 공유할 예정이다. 아울러 NH선물의 외환업무 및 자금세탁방지업무 취급에 있어 위법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은 NH선물과 유사하게 다른 선물사·증권사에서도 이상 외화 송금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검사를 확대할 계획도 알렸다. 은행 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 시장 전반으로 이상 외화 송금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매매 등을 통한 이상 입출금 및 외화송금 거래를 보다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하여 억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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