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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온실가스 같은 온라인 팬데믹…아동·청소년 무방비 노출'

크림대교 폭발 이면의 주민들 고통처럼

디지털 위험 노출된 어린이·청소년 봐야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 억제 목표처럼

온라인 위험노출 30~50% 이하 낮춰야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0세 생일 이튿날인 지난 8일 크림대교 일부 구간이 대형 폭발로 파괴됐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아 합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크림대교가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물류 보급로 역할을 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가상으로 벌거벗은 푸틴이 황금 변기 위에 앉아있는 식으로 조롱하는 풍자물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하지만 크림반도 주민들이 겨울철을 앞두고 연료와 식료품 고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애석하게도 미디어와 국제사회의 관심이 미미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강자들의 싸움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의 처지가 딱할뿐이다.

필자는 2020년 아동 온라인 안전 지수(COSI, Child Online Safety Index)를 발표했다. 세계 30여개국의 만 8~12세 어린이 중 60% 가량이 앞서 1년간 적어도 하나의 온라인 위험을 경험했다는 보고서였다. 대상을 청소년까지 포함한다면 만 8~18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중 약 70%가 온라인 위험을 경험했다.

이 발표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였다. 온라인상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실질적인 조치와 관심은 그 중요도와 필요성에 비해 미비했던 것이다. 디지털 기업들의 약육강식같은 치열한 경쟁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글로벌 어젠다 앞에서 온라인 위험이 주요 화두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를 맞은 지금 세계는 디지털 대전환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때 우리는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에 나온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처럼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관점을 바꿔야 한다. 아동 온라인 안전 문제는 그저 일부 아이들이 어쩌다가 디지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딱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근본적인 디지털 세상의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필자는 ‘아동 온라인 위험 노출도 숫자’를 마치 기후변화 문제의 어젠다인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이내 제한’과 같이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온실가스를 억제해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1850~1900년) 이전보다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건 것처럼, 디지털 세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아동 온라인 위험 노출도를 현재보다 30~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현재 우리가 생활하는 디지털 세상은 디지털 기업들의 생태계를 통해 만들어졌고, 그 생태계의 근간은 개인들의 데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디지털 세상이 팬데믹처럼 윤리와 신뢰가 무너져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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