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고 반드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원천기술과 상용기술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경제계 조언이 나왔다. 또 정부가 앞장서 신기술 도입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각계 주요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과제를 해결하려면 과학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창출되도록 정책과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혁신의 비용은 과학자·기업이 부담하지만 이에 따른 혜택은 사회 전체가 나눠 갖는다. 이러한 외부효과를 극복할 충분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원천기술과 상용기술의 연계 방안과 신기술 도입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생존의 문제가 주어진 지금이 새로운 과학 기술이 필요한 시기이자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기술의 혁신, 적용과 확산, 연계와 조율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 발표에서 임영목 산업통상자원부 MD는 “에너지 다소비 중심 제조업,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구조,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 국내 탄소중립 여건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통합거버넌스 구축·기술 개발 지원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노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센터장은 “2030년까지 기존 기술의 고도화와 현장 적용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기존 기술의 점진적 퇴출과 미래 유망기술의 상용화 및 보급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에너지 연구개발(R&D) 진행 사항과 연계해 상용화 장애요인 최소화, 고비용 감축기술에 효과적인 탄소가격 정책 보완, 공공과 민간의 기술개발 역할 명확화 등이 주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산업계 현장에서는 기술 R&D 단계에서 정부의 빠른 의사결정을 요청했다. 이상호 포스코 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무)은 “(정부가) 대형 R&D 투자에서 절차적 정당성 등을 고려해 주저하고 있다”며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R&D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수소에너지 활용을 높이기 위해 그린수소 생산기술 확보·수소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박사는 “수소에너지는 탈탄소와 전력화 사이의 누락된 연결고리를 잇는 유력한 수단”이라며 4대 추진전략으로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시스템 구축 △수소 공급인프라 구축 △모든 일상에서의 수소 활용 확대 △생태계 기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산업본부장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높아 그린수소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 수소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수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탄소중립에 대국민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캠페인 교육과 함께 탄소감축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양육, 식물성분고기, 곤충 원료 등 육류 대체산업 시장규모는 현재 39조원 수준에서 2030년 214조원 규모로 4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인 입맛에 맞는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각계 전문가, 산업계,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과 세미나에서 논의한 분야별 과제를 정리해 12월 세미나에서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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