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악화에 미국의 긴축 강화까지 맞물려 우리나라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경기는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라며 “중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업 등 내수는 일부 개선됐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경기 둔화 우려에 싸늘해진 반도체 경기에 대한 경고음을 키웠다. KDI는 “반도체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전자와 영상, 통신 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업황 경기실사지수(BSI)가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달 82에서 10월 73으로 뚝 떨어졌다. BSI는 기업의 체감 경기를 지표화한 수치로, 100보다 낮을 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부진으로 수출 증가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8.7%)과 8월(6.6%)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약화한 것이다. 9월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4억 8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줄었다. 지난 8월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역성장이 두달째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 기조가 한층 강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됐다. KDI는 “미국의 경우 경기 전망 악화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며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해 전망치(다우존스 기준 8.0%)를 웃돌았다. 이후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등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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