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지난해 말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지며 산유국 지위를 상실했다. 이 와중에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환율까지 급등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2020년 7월 MMBtu(열량단위)당 2.4달러에서 지난해 1분기 10달러, 올해 3분기 47달러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 93%(2020년 기준)인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에너지의 무기화 흐름이 거세다.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의 파괴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구해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판이다. 전기요금 정상화와 함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화석연료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대안은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다. 물론 두 에너지의 단점도 있다. 원전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신재생에너지는 낮은 발전효율과 간헐성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을 과장해 현실을 호도하는 일은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에 더해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의 재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도 하루빨리 제정해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재생 드라이브도 멈추면 안 된다. 비리는 엄단해야 하지만 해상풍력·태양광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신재생에너지의 본고장인 유럽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원은 상호 보완적이다. 두 발전 모두 국내 자체 발전이 가능하며 탄소 배출도 없다. 조선·중공업·화학산업이 발달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저전원인 원전이 간헐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을 채워줄 수 있다. 이들 발전원의 발전량 합이 전체 발전량의 60%를 넘어야 에너지 위기에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문제는 ‘에너지의 정치화’가 두 에너지원을 양립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야당으로부터는 배신자로, 여당에는 끄나풀로 낙인찍혔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적이 아니다. 에너지 무기화 속 한국도 무기를 갈고닦아야 하는데 현실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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