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업체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계속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이 지속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어붙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은 대표적 ‘성장주’로 분류되는데 최근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 투자 심리 반전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관리 솔루션 제공 업체 플라즈맵은 11일 최종 공모가를 7000원으로 공시했다. 이는 기존에 제시한 희망가(9000~1만 1000원) 하단보다 22% 낮은 금액이다. 5~6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플라즈맵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39.78 대 1의 경쟁률로 부진한 영향이 컸다.
최근 공모 절차를 완료한 신약 개발 업체 샤페론도 IPO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29~30일 수요예측에서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39% 낮은 5000원에 정했다. 공모가를 기존 눈높이 대비 대폭 낮췄지만 샤페론은 일반 청약에서도 9.4 대 1에 불과한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증시 침체로 IPO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특히 헬스케어 업종의 부진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장 절차를 마친 헬스케어 업체들은 총 9곳인데 이 중 6곳이 일반 청약에서 10 대 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 중 최초로 기술 평가 기관 두 곳에서 최고등급(AA)을 받은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업체 루닛(328130)은 일반 청약에서 8.9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실적을 보유해 주목을 받았던 신약 개발 업체 에이프릴바이오(397030)도 4.76 대 1의 경쟁률로 부진했다.
헬스케어 부문 상장사들의 주가 침체도 뚜렷하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6%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KRX 헬스케어 지수는 33% 떨어졌다.
바이오 기업의 증시 소외가 가속화하는 것은 최근 금리 급등세와 관련이 깊다. 헬스케어 업체 상당수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라 미래 현금 흐름 기대치에 따라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기대 현금 흐름에 적용되는 할인율도 커져 그만큼 현재 몸값이 깎이게 된다. 루닛은 올해 상반기 2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샤페론도 6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다만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바이오 벤처는 IPO 과정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1556.04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공모가를 희망가 상단인 1만 3000원에 결정한 알피바이오(314140)가 대표적이다. 알피바이오는 연질 캡슐 제조 업체로 건강기능식품 시장 성장과 함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난 67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알피바이오와 같이 실적이 나오는 회사는 긍정적인 수요가 있지만 신약 개발 회사에는 낮은 밸류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선이 지속 중”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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