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5%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위험 중수익’을 쫓던 저금리 시대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5%대 수익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 예금 상품이 보장하는 시기를 눈앞에 두게 된 셈이다. 은행·저축은행 등 수신금융기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일제히 예금금리를 올렸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4.14%로 4% 선을 넘었다. 7일 3.99%로 4%대를 눈앞에 뒀던 저축은행 예금 평균 금리는 불과 2영업일 만에 0.25%포인트 오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서는 이미 금리 5%에 육박하는 상품들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참저축은행의 비대면정기예금의 경우 연 4.9%를 적용하며 스마트저축은행의 e-정기예금은 4.85%, 동양저축은행은 4.83%의 금리가 제공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도 4% 중반대를 훌쩍 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은 4.6%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으며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은 4.54%, 산업은행 KDB Hi 정기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각각 4.5%의 최고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앞다퉈 수신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은행 예금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13일부터 19개의 정기예금과 27개의 적금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상하기로 했으며 NH농협은행은 예금금리는 0.5%포인트, 적금은 0.5~0.7%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하나은행도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저금리 시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던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수익률은 대개 연 5~7% 정도였다. 증시 투자 매력을 가늠하는 배당수익률이 최근 주가 하락으로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예금을 비롯해 손실 위험 없는 투자 상품들이 5%대 수익을 보장하게 되면 이들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주식형 펀드들은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예금을 자산으로 편입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의 투자 자산 중 예금 비중은 4.55%로 전달보다 0.79%포인트 늘었다. 2016년 1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지난해 말 이후 꾸준히 예금이나 현금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은행 예금을 비롯해 5%대 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등에 대한 인기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ELB의 경우 연 5.25%의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등 최근 수익률이 연 5% 넘는 ELB가 드물지 않게 발행되고 있으며 4일 발행한 한전채는 5%대 중반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며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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