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떠나 새 투자처를 물색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홍콩과 일본, 심지어 중국보다도 낮다는 혹독한 평가가 나온다. 자유주의 진영이 중국을 배제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외면될 만큼 비즈니스 환경에 독소가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3일 유럽 싱크탱크 유러피언하우스암브로세티의 ‘글로벌 외국인 투자 매력도지수(GAI)’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투자매력지수는 79.2점에 그쳤다. GAI는 국내총생산(GDP)과 고용률,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매년 해외투자 유치 역량을 100점 만점으로 지수화해 발표한다. 점수가 80~100점이면 투자 매력도가 ‘높음’으로 평가되는데 올해 한국은 이 수준에 들지 못한 것이다.
우려할 만한 대목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밀린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의 투자 매력도를 살펴보면 홍콩이 87.6점으로 가장 높고 일본(85.1점), 싱가포르(85.0점)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비슷해 글로벌 기업이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찾을 만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환경이 한국보다 더 좋다는 의미다. 심지어 중국도 83.1점을 기록해 투자 매력도가 높은 국가에 속했다.
한국은 ‘지속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 부문에서 홍콩, 일본·싱가포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속 가능성’은 학령인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빈곤율 등을 고려해 한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성장 가능성’은 경제활동인구, GDP 전망, 실업률 등을 종합 평가한 지수다. 평가 근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빠른 고령화와 이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해외투자 유치 결과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 순위는 2017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5위에서 지난해 17위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한국의 FDI 유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6%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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