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주를 진행한 신축 아파트 가운데 일부 단지의 공실률이 30%를 웃돌 정도로 입주 지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신축 아파트의 공실 문제는 수분양자들이 입주 지정 기간까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대출금리 압박에 아예 입주를 포기하며 주로 발생한다. 최근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발생하면서 입주가 불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공실률(8월 기준)은 24.4%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3월 중순까지 입주를 진행했지만 전체 1945가구 가운데 474가구가 여전히 빈집이다. 2019년 분양 당시 거여·마천 뉴타운을 이끌 단지로 호평 받은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입주 지연으로 빚어진 공실 문제는 수도권 및 지방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해당 단지 입주 예정자 중 일부는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 처분을 위해 가격을 낮추기까지 하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5㎡의 분양권은 3월 5억 106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2월 거래된 7억 4050만 원 대비 2억 3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3월부터 입주한 강원 춘천시 온의동 ‘센트럴타워푸르지오’의 공실률도 32.8%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황을 반영하듯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국 입주율은 대선 기간 한 차례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연초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신 데이터인 8월 전국 입주율은 76.8%로 2020년 3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산연이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입주 사유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 44.7%, ‘세입자 미확보’ 27.7%, ‘잔금 대출 미확보’가 21.3%를 차지했다.
서현승 주산연 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및 대출 비용 부담 증가, 주택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 매각이 지연되며 입주 전망도 낮아지고 있다”며 “입주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 거래 활성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가 이처럼 맥을 못 추면서 ‘대체재’인 도시형생활주택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이라는 최선호 입지에 조성된 도시형생활주택인 ‘더샵 반포 리버파크’는 7월 말부터 입주자를 맞이했지만 입주 지정 기간이 20일 가까이 경과한 이날까지도 전체 140가구 가운데 20가구만 입주를 완료했다. 연이은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과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제로 수분양자의 상당수가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이 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최근 시행사에 “시행사 보증 형태로 연이율 4~6%대 대출 상품을 은행과 협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 14억 2500만 원인 중층 물건이 현재 급매로 12억 8000만 원에 나와 있다”며 “연초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25억 원까지 올랐던 단지인데 잔금 문제로 서둘러 처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주택 규제를 피해 2020~2021년 우후죽순 공급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도 이들처럼 공실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서울 용산구의 용산투웨니퍼스트99나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수원 팔달구 파비오더리미티드185 등은 일부 수분양자들이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또는 ‘무피(무 프리미엄)’ 매물을 내놓은 상태다.
앞으로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에서도 빈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청약 시장도 크게 위축되며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8월 기준 3만 2722가구로 전년 동월(1만 4864가구) 대비 약 2.2배 급증했다. 특히 서울 내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8월 188가구로 1년 전 55가구보다 3.4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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