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지표보다 영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미국 주택 판매, 지역 제조업 지수 등이 예정돼 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방향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이와 달리 최근 들어 급부상한 리스크인 영국의 금융 부실 우려는 연준의 결정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영국발 금융시장 혼돈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에 연준의 연내 긴축 중단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증시의 흐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S&P500은 주간 1.6%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은 3.1% 떨어졌고요, 다우존스 지수는 1.3% 올랐습니다. 변동성이 컸습니다. 물가 우려를 더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던 13일(현지시간) S&P500은 2.60% 오르더니, 다음날 2.37% 빠졌습니다. 13일 당시 이례적인 상승을 두고서는 △숏커버링 △저점매수론 △달러 강세 둔화 등 여러 설명이 나왔습니다만, 전반적인 거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상승이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 경력상 가장 미친 날(the craziest)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시장의 가격이 많이 하락하다보니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입할 만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소수입니다. 투자은행인 브릭맥아담의 창립 파트너인 그렉 스웬슨은 13일 주가가 일시 상승할 당시 "오늘의 상승에 흥분한다면 실수"라며 "투자자의 낙관론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현재는 베어마켓 랠리이며 더 나쁜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시장에 대한 전망은 예전보다 더욱 갈리는 모습입니다. 시장 전망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매지인 배론이 주말 새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가 참고가 될 듯한데요, 107명의 금융업자를 대상으로 이달 초 마감한 이 설문에서 '향후 12개월간 투자 전망이 어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가 황소장(상승), 30%가 중립, 30%가 곰장(하락)으로 전망했습니다. 배론이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황소장이 33%, 중립이 45%, 곰장이 22%였습니다. 6개월 사이 중립 포지션이 15%포인트 줄고 '오른다'와 '내린다'가 각각 7%포인트, 8% 증가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신중하게 시장을 관망하는 입장이 줄어든 대신 상승 의견과 하락 의견이 비슷한 비중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이 압도적인데요, 같은 설문조사에서 'S&P500이 바닥을 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16% 였던 반면 아니다는 84% 였습니다. 1년 뒤 상승한다고 보는 이들도 단기적으로는 좀 더 떨어진 후 오른다고 전망한다는 의미입니다.
골치 아픈 인플레 "연준 기준금리 '6%' 가능"
주식시장 불안정의 근원은 단연 연준이 끌어올리고 있는 기준 금리 때문인데요, 지난 주 CPI발표 이후 기준 금리가 예고된 수준 보다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물가 상승의 국면 자체가 변해, 예전보다 더 떨어지기 힘든 품목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발표된 CPI를 간략히 짚고 가보겠습니다. 9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로 예상치(0.2%)의 두 배 올랐습니다. 7월 0.0%로 다소 안도할 수 있는 신호를 보였지만 8월(0.1%)에 이어 이번에 0.4%로 치솟았습니다. 긴축을 해도 물가가 내려갔다가 오히려 다시 오르고 있지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도 뛰었습니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6%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왜 다시 오르고, 계속 오를까요.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품목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근원 CPI을 보면 서비스 부문이 전년 동월 대비 6.7% 올라 상품 부문의 상승률(6.6%)를 웃돌았습니다.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상품을 앞지른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인데요,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는 줄곧 상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견인해왔지요. 인플레이션이 처음에는 공급망 붕괴로 인한 상품 수급 불균형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임금 인상 등에 따른 서비스 분야가 주도하는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이제 곧 공급망이 복원돼도 인플레이션 감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문제는 서비스 부문은 현재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4%입니다.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품목도 다수 포함됩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경직성(sticky) CPI 추산에 포함되는 24가지 품목 중 17개가 서비스입니다. 경직성 CPI는 물가 조사 품목 중 한번 가격이 결정되면 잘 변하지 않는 품목만을 따로 모아 산출한 지수로 9월 8.5%로 1982년 6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미시간대의 기대인플레이션 마저 10월 들어 다시 오르면서(5.1%·0.4%P상승) 물가 상황은 연준이 가장 우려하던 상황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이에 12월 0.75%포인트 인상론이 나옵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9월 CPI 발표 이후 연준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전망은 12월 0.5%포인트 인상이었습니다. 바클레이스가 예상하는 내년 최종 금리는 5~5.25%로,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된 4.5~4.75%보다 약 0.5%포인트 더 높습니다. 시장선물금리에도 12월 75bp인상확률이 69.8%로 가장 높습니다.
최종금리 6% 전망도 나왔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주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종 기준금리를 5%로 제시하면서도 "6%까지 가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한 것이죠.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실업률의 수준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금리를 6% 까지 올려 실업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금융시장 리스크… "3.75%가 최종금리" 주장도
문제는 연준이 이렇게 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뭔가가 부러진다'는 것인데요, 최종 금리 6% 가능성을 제시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조차도 "부동산 가격 붕괴, 영국 금융시장 혼란의 여파, 유럽의 경기침체, 중국의 하드랜딩. 등 수면위로 떠오른 중대한 경제적 충격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2013년 유럽의 부채위기, 2015년 중국 시장의 붕괴 당시 연준은 이같은 외부의 충격으로 긴축 행보를 유예했다. 이런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부 상황만 보면 4.6%를 넘어 5%, 6% 까지 올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외부의 잠재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마냥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최근 가장 예의주시하는 리스크는 영국의 국채 시장입니다. 현재 영국 국채 10년물은 4.416% 수준으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습니다. 수익률이 치솟으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영국의 여러 연기금들이 영국 국채를 기반 자산으로 가입한 파생상품(LDI)의 담보가치가 하락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채워넣으라는 요구를 받게 되는데요(마진콜), LDI의 구조상 현금을 채워넣어야 하는데, 최근같이 유동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연기금들이 현금을 구할 길이 없겠지요. 이에 영란은행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이마저 14일 종료됐습니다. 이번주 채권시장의 흐름을 잘 봐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세계 국채 금리 상승을 따지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1차적 원인입니다. 베어트랩스레포트의 설립자인 래리 맥도날드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1%포인트 더 인상하고 현재 수준에서 양적긴축(QT)를 진행한다면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며 "2008년보다 현재 채권 시장은 50조 달러 더 크기 때문에 채권시장 혼란의 여파는 더욱 크다"고 말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금리 전망인데요, 그는 "연준이 통화긴축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대해 충분히 우려하게 돼 향후 3주에 걸쳐 후퇴할 것"이라며 "11월에 연방기금금리를 0.5%로 소폭 인상한 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최종금리가 3.75%에서 긴축이 중단된다는 의미니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다만 채권 시장의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의 파장을 고려할 때 그의 문제 의식 자체는 허투루 듣기는 어렵습니다.
침체의 다양한 얼굴 ①소비 둔화 ②투자 둔화 ③금융 부실
이는 금융시장의 붕괴로 인한 침체는 기존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경기침체보다 그 범위와 고통의 깊이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라고 해서 같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경기침체는 6가지의 기준으로 평가를 합니다만 결국 GDP가 마이너스를 보이는게 기본일 텐데요. GDP는 개인이나 기업, 정부의 지출이 늘면 성장을 하고, 지출을 줄이면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소비가 살아있거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거나, 정부 재정이 확대되면 성장하겠지요.
이 때 소비가 줄어들어서 맞게 되는 경기 침체는 깊고 오래갑니다. 현재 연준은 이 수요를 줄여서 가격을 낮추려는 건데요, 다만 지금은 연착륙에 대한 희망이 유지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가격을 낮출 정도만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 입니다.
반면 기업투자가 줄어들어서 오는 경기 침체는 얕습니다. 통상 재고 투자를 줄이는데요, 현재 재고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는 기업 재고 투자 감소가 이번 경기침체의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손 교수는 다만 “소비 둔화로 발생하는 침체가 길고 깊은 반면 재고로 인한 침체는 상대적으로 짧고(1년 이내) 가볍다”며 “이번 침체가 2009년 금융위기처럼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개인 소비 위축, 또는 기업 재고투자 감축 이 두 가지가 지금까지 미국 경제 위기의 기본 시나리오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에 영국 연기금 드라마로 인해 금융시스템위기가 불거졌지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달러 환율이 치솟고,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보전을 위해 세계 각국도 미국과 금리 인상 보조를 맞추면서 채권 수익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만약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진다면 일파만파 확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금융기관이 부실하면 일반 소비자들과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상환 요구에 금리 상승에, 대출 중단이 이어집니다. 취약계층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부터 사회적 안전망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과 개인의 지출이 모두 줄어드는 복합위기가 기본입니다. 개인 소비 둔화보다 더 크고 강력한 경기침체인 것이죠.
이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올인'도 끝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연준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최근 "글로벌 리스크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고금리, 강한 달러, 약한 해외수요가 미국 경제로 스필오버되는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 인플레이션 이슈만이 아닌 외부발(發) 리스크도 살펴봐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고용 등 미국내 상황만으로 볼 때 연준은 긴축을 중단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해외의 금융불안 징후를 모른체 하기도 어렵습니다. 연준의 처지가 고약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미국내 경제 지표 외에 영국과 중국, 신흥국 등의 흐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번 주 주요 실적 발표와 경제 이벤트입니다. 현지 시간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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