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아직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에 대한 안정성이 시장에서 입증되지 않은 만큼 금융 당국으로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이 어떤 포지션을 갖고 갈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존 금융사의 암호화폐 투자를 막는 규제가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암호화폐 업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포럼에 참석한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2017년 국내에 암호화폐가 소개됐을 때 규제 기관에서 금융회사의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줬고 이게 현재까지 암호화폐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2026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1000조 원으로 커진다는 데 오래된 규제들은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향한 시각차가 큰 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가상자산만큼 갈등이 심화되고 의견이 나뉜 이슈를 보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기술 발전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육성해야 하지만 가상자산 불공정거래는 강하게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 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시장 침체)’가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의견도 공유했다. 실제로 암호화폐의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올해 6월 원화마켓 기준 4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11월(13조 원) 대비 3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코인마켓 거래 금액은 13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4분의 1가량 줄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정책을 펼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등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가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고 암호화폐 수탁이 활발했다면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기 시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증권형 코인은 증권 관련 규제를 적용한다지만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이 기존 증권과 달라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증권성이 없는 코인은 어떻게 할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등과 같이 국무조정실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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