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 국제표준 선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모든 선박에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속도전이 필요한데 해외 선박·엔진 기업에 투자 유치도 받을 생각입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아비커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글로벌 자율운항 기술 선점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지주회사 HD현대(267250)의 100%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인프라 확대를 위해 해외 보트·엔진 등 관련 선박 기업들로부터 투자 유치 추진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비커스는 HD현대의 자회사로 출범한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 회사다.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해 2020년 4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용 항해 보조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자율운항은 2단계(선원 개입 아래 자율운항) 수준으로 아비커스는 3단계(선원 없이 원격제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아비커스는 자동 항로계획·자동항해, 자동 이접안, 운항 선박 위치 추정 등 기술을 이미 개발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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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자율운항 기술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은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능력이 있지만 현재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대표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의 GTT사가 가지고 있다. LNG운반선을 1척 건조할 때마다 100억 원 안팎의 기술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데 최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함께 이례적으로 아비커스 임직원들과 만나 “아비커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직원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국내 조선업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넘어갈 뻔했는데 최근 친환경·디지털·자율운항 등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대두되면서 조선업에 새로운 판이 생기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자율운항 기술도 한국이 선점해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자율주행에서 테슬라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방대한 데이터 때문이듯 아비커스도 ‘데이터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수주한 선박 대부분에 항해 보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한 대형 상선에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을 탑재해 글로벌 선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한 선박 230척에 항해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최근에는 이 보조장치로 태평양 횡단에도 성공했다.
글로벌 기술 표준이 되기 위한 속도전에서 아비커스가 첫 목표로 삼은 것은 레저보트 시장이다. 임 대표는 “전 세계 최대 보트쇼 ‘포트로드데일2022’에 이달 참가하고 내년에는 2단계 자율운항 글로벌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국 현지 레저보트 인력과 보트·엔진·전장 등 보트 개발 파트너십을 발굴하고 딜러·렌털 업체들과 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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