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을 주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중 이미 부실화된 사업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 수수료를 노리고 공격적으로 PF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회수 불가능 상태로 빠져든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기사 3면
18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금융을 주선한 부동산 PF 사업장 중 8곳이 사업비가 없어 공매로 나오거나 이자를 내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졌다. 대구 지역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인 경기도 화성도 1곳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구뿐 아니라 경북 포항, 세종, 대전 등으로 부실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으며 소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이 대출을 주선한 대구 중구 동산동 아파트 개발 사업은 토지 가격만 3453억 원에 달하지만 결국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공매에 넘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의 화성 장안지구 및 대구 남구 대명동 개발 사업도 공매가 진행되고 있다. 규모만 총 4000억 원을 넘는다. 이 밖에 소규모 증권사들에서 주도한 대구시 사업장들도 각각 600억~700억 원 수준에서 기한이익상실 등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해당 토지를 공매로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려 하지만 30% 할인된 가격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이 주로 주선한 브리지론(사업 인허가 전 초기 자본을 위한 대출)에서부터 PF 시장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한다. 브리지론은 6개월~1년 만기로 자금을 조달한 후 인허가를 받아 본PF에 나서면 상환하게 된다. 하지만 본PF 선순위 대출 금리가 10%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차환하지 못한 곳들을 중심으로 문제 사업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브리지론이나 PF에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한 금액은 수십억 원 단위로 많지 않다고 하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워낙 큰 상황”이라며 “증권사는 운용사나 캐피털사보다 후순위 투자가 많고 특히 본PF가 막히면서 3개월물도 9%까지 이자를 주면서 브리지론을 연장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께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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