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체계적 보복을 시사한 가운데 사우디가 자국 정부를 비판한 고령의 미국인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이달 3일 트윗을 통해 자국을 비판한 혐의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인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하고 16년간의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선고대로라면 알마디는 88세에 출소해 104세가 돼야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WP는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가 미국인들을 더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가족 방문차 사우디 리야드를 찾았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체포 이유는 그가 지난 7년여간 미국에서 게시한 14개의 트윗으로 여기에는 암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사우디를 비판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은 2주 전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야 미국에 사는 그의 아들을 통해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WP는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알마디가 체포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미국인을 석방시키기 위한 외교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사우디 정부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자국 기업에 사우디 내 사업 확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NBC방송이 전했다. NBC는 “이란에 대응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단결시키는 중동에서의 전략 목표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사우디의 행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옵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달 25일 열리는 사우디의 대표 국제 콘퍼런스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을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