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회사 유지되는 동안 쟁의 한 번, 파업 한 번 없었는데 공고문 한 장으로 전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각 가정을 파탄내는 살인행위를 할 수 있습니까.”
범롯데가 유가공 전문기업인 푸르밀이 수년째 이어진 적자로 오는 11월 30일부로 사업을 접고 전 임직원에 정리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비통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사태”라며 사측에 회사 정상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9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개인별로 해고 통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단지 공고문 한 장,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 그거 하나로 전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저조차도 28년을 이 회사에서 몸담고 성실하게 일을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한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에 실직자가 될 처지에 놓인 400여 명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김 위원장은 “너무 절절한 마음에 신동환 대표이사와 면담을 한번 했었고 ‘정말로 다 이해한다. 직원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 공개적인 매각을 하든 직원들이 살 길을 열어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면서 모든 것을 위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대표이사는 ‘더 이상 얼굴 볼 일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한국노총화학연맹 소속 노조이고 재작년, 작년 계속 임금 동결했다”며 “그런데 오너(신준호 회장)라는 분은 임금 삭감 없이 100% 급여를 수령해갔고, 퇴직금 받고 퇴사한 분이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업무지시를 하고 정리해고 지시를 내렸다. 이게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신 회장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우유산업이 근본적으로 안되는 상황이다. 3등 회사는 당장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한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동종업체들은 서비스의 트렌드가 변화될 때 즉각즉각 캐치를 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대체 먹거리를 활용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지금까지 유지를 하고 있다”며 “과연 푸르밀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일각에선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발표하며 법인은 청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들려온다. 법인을 청산하면 면제 혜택 받은 법인세를 반납해야해 신씨 일가가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 정리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의혹이다.
김 위원장은 “보통 사업을 정리한다면 폐업 절차를 통해서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 사업종료 결정은 직원들만 정리하고 법인체를 살려둔다는 것이고, 그 얘기는 다른 사업을 시작한다는 얘기”라며 “법인을 지금도 살린다는 얘기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 것, 그거 외에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회사에 대화의 창을 요구를 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살 수 있는 방향을 어떻게든 머리 맞대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통도 감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겨울에 직원들의 가정이 파탄나지 않고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금전을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푸르밀 노조와 푸르밀에 원유를 납유하는 낙농가, 푸르밀 제품을 운반하던 화물차 기사들은 조만간 서울 본사 앞에서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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