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여파로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아파트(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가 유탄을 맞게 됐다. 7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한 가운데 강원도의 지급보증 거부 사태에다 자금 수요 집중 시기인 연말까지 겹치면서 자금 조달 시장이 마비되고 있다. ★본지 10월 20일자 1·3면 참조
20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7000억 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 재융자를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만기가 28일로 5영업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조합에 금리 수준을 제안하지 못했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이 이유다. 8월 발행 당시 금리는 3.5~4.2%였다. 하지만 재융자를 위해서는 12~15%를 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달 규모가 7000억 원 정도면 최소 7~8영업일 전에는 인수 금액이나 금리 수준 등이 결정됐어야 한다”며 “사실상 자본시장을 통한 재융자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을 추진하는 ABSTB 기간도 5개월로 길고 금액도 큰 데다 연말 주요 증권사가 북클로징을 앞둔 상황이다 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둔촌주공 조합이 28일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연대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자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현대건설(000720)이 1959억 원으로 가장 많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1645억 원을 내야 한다. 가까스로 자금을 당겨도 금리 수준이 기존의 3배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라 사업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자금이 마르면서 단기물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A1등급 기업어음(CP) 금리는 이날 4.10%로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단기자금 시장이 흔들리자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에 들어간다. 여유 재원인 1조 6000억 원을 먼저 투입해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추가 ‘캐피털 콜’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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