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가 지난해 인수한 인터파크 중 쇼핑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애초 야놀자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 강화를 위한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가운데,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 큐텐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부상하고 있다. 야놀자와 큐텐(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모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인터파크 쇼핑 부문을 둔 두 회사의 협상 및 향후 시장 판도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투자은행(IB)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삼정KPMG를 인터파크 쇼핑 부문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주요 인수 후보와 논의 중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12월 여행, 공연, 쇼핑, 도서 등 인터파크 사업 부문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했다. 야놀자가 인터파크 인수 10개월 만에 쇼핑 부문을 매각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해당 사업부에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소비자에 레저·숙박 상품을 공급하고 관련 사업체의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주된 사업인 야놀자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커머스 사업을 굳이 갖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파크의 여행·공연 부문은 여행·여가와 관련한 티켓 사업을 확대하려는 야놀자가 인수 후 공들여 적극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야놀자는 인수 당시부터 여행과 공연 분야만 분할해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할 정도로 나머지 사업에는 관심이 적었다"며 "당시 인터파크 대주주 측의 전체 매각 방침이 확고했기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부문의 정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야놀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숙박 예약 사업보다는 호텔 등 숙박업소의 운영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간거래) 기업임을 강조해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연관성 적은 쇼핑 사업을 매각하고 다른 해외 기술 기업을 인수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업체 큐텐은 인터파크 쇼핑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돼왔다. 큐텐은 인터파크 창립 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세운 회사다. 구 대표는 2008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2010년 다시 이베이와 합작해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했는데, 현재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6개국에서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며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티몬을 인수, 국내 이커머스까지 영역을 확장한 상황이다. 이미 국내는 쿠팡을 비롯한 대형 플레이어가 시장을 큰 격차로 장악한 상황이기에 티몬과 인터파크 쇼핑 부문으로 볼륨은 확보하되 ‘해외 직구’라는 큐텐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수 이후 티몬은 큐텐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대거 입점시키는 한편, 직구 시장에서 인기 있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국내 상품(셀러)을 발굴해 큐텐에 선보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큐텐이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해외 커머스 물류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티몬은 이를 활용해 국내 업체의 해외 직구 쪽을 판매 쪽을 강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라는 물류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1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을 앞둔 만큼 이 회사의 역할 확대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큐텐이 인터파크 쇼핑 부문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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