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일부 상품의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변동금리 모기지론과 가가호호담보대출, 하나아파트론 등 3개 상품의 금리(코픽스 기준)는 5.889~7.189%로 7%를 상회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5~6%대”라며 “일부 상품이 7%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상품에 따라 대부분 7%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최고 6.91%, 신한은행이 최고 6.62%, 우리은행이 최고 6.27%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대출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와 은행채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4%로 전달보다 0.44%포인트 올랐다. 2012년 7월(3.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인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들이 예적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코픽스를 밀어올리고 있다.
은행채금리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이달 20일 기준 6개월 만기 무보증 은행채(AAA 등급 기준)의 민평평균금리는 4.117%로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3.43%)보다 0.687%포인트나 급등했다. 최근 회사채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몰려들자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금리가 크게 뛰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전세대출도 7%를 넘어서면서 은행 대출 7% 시대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의 하나전세금안심대출금리(코픽스 기준)는 6.028~7.128%로 7%를 웃돌았다. 신한은행의 직장인신용대출 역시 5.56~7.04%로 7%를 넘겼다. 아직 상당수의 대출 상품이 6%대 중반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남아 있는 만큼 대출금리 7%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 불안해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은행 대출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 결국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분양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를 금리 상승으로 보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거래는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