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등의 대형 일정을 소화했던 코스피가 일정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음에도 미국에서는 최종 금리가 5%를 넘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을 제한했다.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퇴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야기했던 영국 상황의 반전 기대감이 커졌으나, 글로벌 증시의 상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지난주 금요일 종가 대비 0.57포인트(0.02%) 오른 2213.12에 장마감했다. 일주일 내내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을 발견하지 못한 증시는 저점 매수 심리와 공포 심리가 혼재하면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한때 증시는 2170선까지 주저앉았지만, 투자심리가 회복하며 2250선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3거래일 연속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면서 2210선 턱걸이 마감에 만족해야만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가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한 주간 기관은 총 6349억 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5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세를 유지하면서 5063억 원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 역시 657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의 매수세가 거셌다.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코스닥을 4527억 원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588억 원, 2175억 원을 순매도했다.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이었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공포가 지속되는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는 금융·부동산 기업들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CBP) 부도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적극적으로 영위해 온 금융·부동산 업체의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KRX증권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증권과 건설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한 데 이어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마저 무더기로 신저가를 쓰는 등 공포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외적으로는 고금리 공포가 한층 강화됐다. 미국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4.136%에서 0.09%포인트가량 오른 4.229%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4.2%를 넘어선 것은 2008년 7월 처음이다.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0.05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4.612%를 기록했다. 시장을 흔든 것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다. 그는 “우리는 한동안 금리를 계속해 올려야 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가 4%를 꽤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국내외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증권가는 코스피의 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단기자금 시장의 불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데다 미국발 고금리 및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하방 압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의 예상 범위를 2150~2250포인트로 예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코스피 2200선 하방 지지를 시험하는 중립 수준의 주가흐름 전개를 예상한다”며 “심리불안 진정과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지수 및 밸류에이션 레벨에서는 부회뇌동격 투매 동참보단 보유가, 속절없는 관망보단 저점매수가 유리하다”며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우선순위는 낙폭과대 측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헷지 가능성에서 설정해야 하며 방산, 음식료, 유통 대표주로 현재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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