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 도전해 현재의 이 자리에 왔습니다. 한때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젠 미래를 생각하면 설렙니다. 제가 꿈꾸는 목표를 주변에 이야기하기도 하죠.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저는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희장(사진) 씰링크 대표는 ‘재기 기업인’이다. 회사를 운영하다 한번 쫄딱 망한 경험을 가진 그는 현재 ‘소(재)·부(품)·장(비)’ 유망 업체 씰링크를 이끌고 다시 세상에 우뚝 서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 만나 씰링크를 국가대표급 소부장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부품회사 ‘신원기계부품’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10여 년 간 이끌었던 이 회사는 해외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파는 곳이었다. 연간 5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나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공대 출신이었던 그는 사업보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컸다. 이에 믿었던 직원에 사실상 회사를 맡기고 그는 부품 개발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비위가 발생했고 결국 회사는 문제가 터져 문을 닫았다. 남은 건 11억 원의 빚뿐.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자포자기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예 생각을 바꾸기로 했죠.” 절치부심한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실패 기업인 캠프에 참가했다. 여기서 다시 재도전의 꿈을 키웠고 현재 씰링크의 재창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씰링크의 주력 제품은 ‘씰 유닛(밀폐장치)’이다. 화학 탱크 등에서 약품을 혼합할 때 회전축과 탱크 사이 틈새로 나오는 가스를 막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산업 여러 분야에서 쓰인다. 기존에는 윤활유가 사용되는 장치를 썼지만 씰링크의 제품은 이 과정을 없앴다. 폭발 등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유지 및 보수에서도 더 수월한 방식이다.
이렇게 고안된 부품은 현재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로 들어가고 있다. 씰링크는 해외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실제 5년 전 일본의 반도체 장비사 파나소닉에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업계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 5년 간 씰링크 제품을 시험했던 파나소닉은 이제 본격적으로 양산 주문을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반도체 장비업체의 납품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현재 반도체 증착 장비에 들어가는 제품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씰링크 제품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상 매출은 20억 원 수준이지만 내년 100억 원대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씰링크가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300억 원 수준이다. 현실적인 여건 등을 감안하면 이 대표와 씰링크는 성장의 단계를 밟아 나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전 세계 관련 시장이 20조 원으로 평가되는데 이제 씰링크는 2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당장 경기가 침체한다고 하지만 씰링크가 해야 할 일은 더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도전 경험을 토대로 재기 기업인들에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도 중진공 등에서 개최하는 재도전 간담회 등에 참석한다. 그의 경험담과 현장 의견을 전달해 조금이라도 재도전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며 “특히 재기에 성공한 기업 중 ‘퍼스트 펭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