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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데이터가 흘러야 미래 경제가 산다

■ 한훈 통계청장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다. 지난해 민간 조사 기관이 만 19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알고 있었고 ‘4차 산업혁명’ 하면 떠올리는 단어로 ‘인공지능(AI)’과 함께 ‘데이터’가 빠지지 않았다. AI는 AI 학습용 데이터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둘 중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데이터가 이처럼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 또는 ‘쌀’로 불릴 정도로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이며 국가는 물론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혁신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데이터 시대를 맞아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들은 금융·의료·스포츠 분야 등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데이터는 데이터 규모가 커질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와 데이터 속성 간 결합이 다양할수록 가치가 배가되는 ‘범위의 경제’라는 특성이 있어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는 신한카드·SK텔레콤·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여러 기업이 선두에서 각자 보유한 카드·통신·신용·유통 데이터를 결합해 국내 최초 민간 데이터 댐인 ‘그랜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를 시공간 단위로 심층 분석해 세분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분석, 컨설팅 등 신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분야에서도 각 부처, 공공기관 등에 산재한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하려는 노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민연금, 직역 연금, 주택 연금, 개인연금 등 각종 공적·사적 연금 데이터를 모아 전 국민의 노후 준비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연금 통계를 개발하고 있고 다양한 공공기관과 병원 등이 보유한 암 관련 데이터를 결합·연계하는 암 임상 데이터 네트워크(K-Cure)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가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를 때 그 잠재적 가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기업·정부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다만 물이 자유롭게 흐르다 보면 넘쳐버릴 수 있듯 데이터 개방·활용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노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입수에서 분석·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안전한 데이터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7세기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는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적혀 있다. 후에 몽골 칭기즈칸의 좌우명으로 널리 알려진 이 문구는 21세기 데이터의 시대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데이터를 사일로에 가둬 놓지 말고 데이터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낼 때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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