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지난 금요일, 현지 시간으로 21일 이후 연준의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관계자들의 발언과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시장에 안도감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기대가 다음주 증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이번 주 환율과 채권 시장의 흐름, 그리고 이번 주 몰려있는 실적 등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연준의 정책 결정 기준이 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9월 개인소비지출(PCE)이 발표됩니다. 11월 1~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 나오는 마지막 인플레이션 지표라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밖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지요 이번주는 뉴욕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습니다.
다우지수는 한주간 4.89% 올랐고, S&P500지수는 4.74%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지수는 5.22% 상승했고요. 3대 지수 상승률은 지난 6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영국이 감세 정책을 백지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출발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기간은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미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한 것이 증시에 부담을 줬는데요.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주 마지막 장이었던 21일 이었습니다. "연준이 속도조절을 검토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와 함께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총재가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하면서 입니다.
WSJ 보도의 핵심은 이 한 문장입니다.
Federal Reserve officials are barreling toward another interest-rate rise of 0.75 percentage point at their meeting Nov. 1-2 and are likely to debate then whether and how to signal plans to approve a smaller increase in December.
"연준은 11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는 동시에 12월 금리 인상폭을 줄일지, 줄인다면 이를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줘야 할 지에 대한 논쟁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당시 시장은 연준이 11월과 12월 모두 0.7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는데, 이와 달리 12월에는 0.5%포인트만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죠. WSJ는 연준과 관련한 보도에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이 특히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정책자문회의에서 "이제 단계를 낮추는 데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어떻게 이를 구현할지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과도한 긴축은 비용이 많이 들고 기준 금리가 얼마나 제약적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때문에 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보도와 발언이 나온 타이밍도 시장이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연준은 11월 1~2일로 예정된 FOMC를 앞두고 지난 22일, 주말부터 일체의 외부 발언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FOMC 이전 연준 관계자들이 시장에 전한 마지막 메시지가 '속도 조절론'이라는 점은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클수 밖에 없지요.
결국 WSJ와 연은 총재들이라는 △발언 주체 △발언의 타이밍 △발언의 내용까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3박자가 갖춰지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툴에서 12월 기준금리 결정은 0.5%포인트 인상 확률이 51.8%로 가장 높습니다. 전날까지는 0.75%포인트 인상 확률이 75.4%로 가장 컸습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금요일 4.3% 위로 치솟다가 데일리 총재의 발언과 잇따른 속도조절론 보도가 나오면서 1bp(0.01%포인트) 가까이 내린 4.220%로 마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살펴 보아야 할 부분은 '왜 연준이 이 시점에 속도조절론을 꺼냈나' 입니다. 경기침체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주 중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경기침체 전망을 100%로 조사해서 발표하긴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은 이미 이전부터 나오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연준이 그동안 던진 메시지는 '경기 침체도 감수하겠다' 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13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번 주 발표될 9월 개인소비지출(PCE)도 월가에서는 전년 대비 6.3%올라 전월(6.2%)보다 오히려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은 해외, 특히 영국 상황입니다. 영국의 연기금 사태를 계기로 고강도 금리 인상이 전 세계에 불러일으킨 강달러 부작용이 미국 금융 시스템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을 봤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간글로벌 뉴스 시장에서 말씀드린대로, 경기 침체도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금융 시스템의 부실로 인한 침체나 위기는 기업 투자 감소에 따른 침체 보다 고통의 정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경로로써 최근 한달간 영국이 주목받았던 것이고요.
현재 미국 정부가 경제 이슈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도 국채 시장인데요,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백악관과 재무부, 연준이 금융 리스크 점검을 위한 회동을 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핵심 의제는 과연 미국에서도 영국의 연기금과 같은 금융 시장을 흔들 위험 요인이 있는가, 국채 시장은 안전한가 등이었다고 합니다. NYT는 “연준은 즉각적 위험은 없다고 보고했지만 문제가 생길 때까지는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밝혔다”고 전했는데요,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채 수익률의 상승 행진 자체가 문제인데요. NYT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주간 0.2%포인트 오른 4.22%로 마무리 했는데요, 이는 12주 연속 상승으로 1984년 이후 가장 긴 오름세입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4.2%를 넘은 것도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입니다.
수익률 상승은 곧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돌려 말하면 국채 시장에서 팔려는 이들만 많고, 사려는 이들은 적다는 것입니다. 거래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제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전 주 “국채 시장의 유동성 상실이 우려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미 국채는 사실상 금융시장에서 돈이기 때문에 유동성 상실은 곧 돈이 돌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한 번 막히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지난 주 보고서를 냈는데, 경고의 수위가 높았습니다. BofA는 “미 국채 시장은 취약한 상태”라며 “붕괴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테일리스크(Tail risk)”라고 했습니다. 테일리스크는 한번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말합니다.현재 미 국채 시장은 23조 70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금요일 전까지 뉴욕 증시를 짓눌렀던 요인도 미 국채 시장이었습니다. CNBC는 "최근 시장을 매일매일 지켜보면 주가의 흐름이 국채 수익률의 꼭두각시 같아 보인다"며 "수익률이 높아지면 상승이 좌절되고 주가에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이려면 우선 채권 시장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근본 원인은 연준의 금리 인상입니다. 이에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된다는 기대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힙니다.
다만 속도조절과 금리 인상 중단은 다르기 때문에 실질에 변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채권 포트폴리오매니저 스티브 발로티니는 "만약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경제가 둔화된다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감소할 수 있다"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날 변동성은 감소하겠지만 그렇다고 2010년대의 안정적인 상황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인상 중단 전 까지는 가격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고, 중단 이후에도 실제 인플레이션과 경제 둔화효과가 가시화돼야만 채권 시장이 안정된다는 다소 암울한 전망이네요. 콜롬비아쓰레드니들의 아뉘티 바후구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더 증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연준이 과연 12월에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지 부터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찰스 에반스 총재나 데일리 총재 모두 중립 또는 비둘기로 분류되는 관계자 입니다. 매파들 사이에서 의견을 관철 시킬 수 있을지가 여전히 명확지 않다는 것이죠.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주장이 힘을 얻기는 어렵다"며 "지금 시점에서 잘못된 정책결정은 비용이 크다"며 연준 내 논쟁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주는 이번 어닝시즌 중 최다 실적 발표가 예정된 주입니다. S&P500 가운데 약 150개 기업의 실적이 이번주 발표됩니다. 현재 시장의 전망은 좋다, 나쁘다로 깔끔하게 갈리지는 않습니다. 업종에 따라, 기업에 따라 실적이 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우선 지금까지의 실적은 최악은 아니지만 결코 좋지도 않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업 중 20%가 현재까지 2022년 3분기 실제 결과를 보고했는데요, 이들 기업 중 72%가 추정치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7%보다 낮고 10년 평균인 73%보다 낮습니다.
다만 예상치 상회 폭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기업들은 3분기에 추정치보다 2.3% 높은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는 5년 평균인 8.7%보다 낮고 10년 평균인 6.5%보다 낮습니다. 샘 스토발은 "2분기가 끝날무렵 3분기 전망은 실적 10% 상승이었지만 분기말에는 이게 3% 증가로 쪼그라들었고, 지금은 2% 증가로 보고 있다"며 "실적은 보다 극복할 도전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상당 부문이 강달러의 영향입니다. 즉 국내외의 판매 자체가 줄어든 데 더해 해외 판매 분을 달러로 환산할 때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인데요, 시티그룹의 경우 미국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S&P500 기업의 EPS가 15~20달러 줄어든다는 추정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타격을 받는 곳은 해외매출 비중이 큰 기업일 텐데요, 이번주 발표되는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입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경우 90일 전 EPS 전망이 2.48달러였지만 23일 기준으로 2.31달러로 줄었습니다. 알파벳은 같은 기간 1.40에서 1.25달러로, 애플은 1.31에서 1.27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이 앞으로 거시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차우드후리는 "강달러로 인한 실적 손실이 있는지, 얼마나 큰지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더불어 고용이나 해고 계획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인원 감축 계획을 밝히는 기업이 많다면, 앞으로 고용시장이 완화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고, 이는 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