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SKC(011790) 필름사업부 인수에 보험사 등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신규 투자가 불발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KC 필름사업부에 40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의 SKC 필름사업부 인수를 위한 금융 주선을 맡은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인수금융(주식담보대출) 4000억원을 한앤컴퍼니 측에 송금했다. 인수 금융은 평균 금리 7% 안팎으로 3000억 원의 차입금과 1000억 원의 한도 대출로 구성됐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NH농협은행·삼성화재(000810)·롯데캐피탈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최근 들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물론 일반 금융기관도 사실상 ‘투자 금지령’이 내린 상태지만, SKC 필름사업부가 생산하는 소재가 생활 필수품에 고루 활용되면서 연간 4~5%의 꾸준한 성장을 보인다는 점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인수금융 조건에는 금리 상승 등 시장 상황에 따른 변화가 반영됐다. 6월 초 한앤컴퍼니는 1조 5950억원에 SKC 필름 사업부를 인수하는 주주간 매매계약(SPA)를 체결했는데 당시에는 인수금융 금리가 5%대로 거론됐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7월 이후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적 통화 정책을 빠르게 시행해 금리 부담이 적잖이 높아졌고, 일부 대출에는 변동 금리가 반영된다. 통상 기업 인수에 인수 대금의 절반까지 대출을 활용하던 관행도 바뀌어 한앤컴퍼니는 인수 금융 규모를 최소화했다.
SKC 필름사업은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첨단 정보기술(IT)기기와 산업 용도로 쓰이는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1조1319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달성했다. SKC 필름사업부 공장이 있는 수원은 부동산 개발 시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SKC 필름사업부는 수원, 천안, 진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는 이번 인수금융을 조달하면서 수원 공장 부지에 대해 시가 평가를 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도 장부가를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평가했다.
한앤컴퍼니의 바이아웃 거래에서 단골 인수 금융 주선사였던 NH투자증권(005940)과 하나은행을 제치고 신한은행이 이번에 대표 주선사를 맡은 점은 IB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한앤컴퍼니는 중후장대형 기업에 주로 투자 하면서, 지분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인수 금융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누려왔다.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알짜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여서 한앤컴퍼니와 협력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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