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평균 해발고도 2m에 매년 0.5㎝씩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한부’ 국가가 있다. 바로 투발루다. 인구 1만 2000명, 서울 영등포구 면적(24.5㎢)과 비슷한 크기의 작은 나라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투발루의 외무장관이 기후위기의 현주소를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바다 한가운데 연단을 설치하고 연설을 시작했는데, 그곳은 한때 육지였지만 지금은 무릎까지 바닷물이 차오른 잃어버린 영토였다. 지구온난화의 참상을 목도한 세계인은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1990년대부터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부터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이르기까지 온실가스를 낮추고 줄이기 위한 논의가 계속 이어졌다. 그럼에도 탄소 배출량의 증가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이미 심각한 상태인 데다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이면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고 기후변화의 임계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넘어서면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도 제시하고 있는데 500기가톤, 즉 8~9년 정도 버틸 여유분만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묘안은 없을까.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시장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부는 탄소 배출 총량을 정해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한다. 탄소를 감축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얻고 초과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서 부족분을 채운다. 실제로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2020년에 남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약 2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해 테슬라의 총순이익이 8000억 원 정도였으니 탄소배출권을 팔지 못했다면 적자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탄소가 돈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5년 KRX 배출권시장이 개설됐고 지난해부터는 증권사도 배출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시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탄소배출권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선물 시장 개설도 검토 중이다.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로도 존재감을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서 해수면 상승이 가장 빠른 곳은 어디일까. 바로 울릉도다. 국립해양조사원 발표로는 지난 30년간 평균 해수면은 매년 3.03㎜씩 높아졌는데 울릉도는 연 6.17㎜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투발루의 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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