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예를 추진 중인 ‘금융투자소득세(주식양도세)'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내년 초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급격한 투자 심리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금투세 도입이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고 평가 절하하며 원안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큰손’의 투매를 부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국회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금투세 2년 유예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저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회는 다음 달부터 예산안과 세법 심사 과정을 진행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당도 뾰족한 수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정부는 금투세 유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4일 국감에서 “지금은 너무 경제가 불안하고, 특히 주가 쪽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기에 최소 유예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여야는 주식 매매로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내면 20%(양도차익 3억 원 초과 시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고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증시 상황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민주당은 “시행 유예는 상위 1%를 위한 결정”이라며 이 같은 시도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예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금투세 유예 청원 글은 3만 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상금을 걸고 청원 동의를 독려하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투자자 보호 제도가 매우 미비한 실정이라 이런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 주식 투자와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면 국민들이 한국 기업에 계속 투자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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