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독점하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육성 아래 건조 능력을 갖춘 후발 업체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 가능한 물량이 가득 차 있어 점유율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사들이 자율운행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을 확대하고 스마트 공법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시장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LNG선 수주량은 26척으로 지난해 상반기 1척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4%에서 29%로 뛰었다. 한국은 63척의 수주 실적을 올리며 1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96%에서 71%로 하락했다.
LNG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중국 업체 수도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후둥조선만 대규모 LNG 운반선을 만들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 다롄조선과 쟝난조선도 수주하기 시작했다. 다롄조선은 지난 3월 자국 해운사인 중국상업운송으로부터 17만5000㎥급 LNG선 2척을 처음으로 수주했으며 쟝난조선은 올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17만5000㎥급 LNG선 4척의 주문을 받았다.
그동안 LNG 운반선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한국 조선 업계가 독점하던 분야였다. 운송하는 LNG가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기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열재 사용 등 공사 과정이 까다롭다.
중국이 올해 들어 LNG 운반선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추가 수주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NG선은 통상 계약부터 인도까지 3년 정도 걸리는데 국내에선 이미 독이 가득 찬 상황이다. 단기간 내로 배가 필요한 선사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조선사들이 2026년 후반이나 2027년 초반에 인도할 물량까지도 수주를 받아 추가 주문을 받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이 제조 경험을 기반으로 점차 기술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중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은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연간 최대 30척 가량의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생산능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선박의 도면을 보면 한국과 똑같은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면서 “중국이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상당히 따라하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LNG운반선 외 친환경 선박 분야 진출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양쯔장조선은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로부터 12척의 LNG 이중연료 추진선 수주에 성공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총 수주 규모가 21억6000만달러(약 3조 1000억원)에 달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IMO는 2030년까지 탄소집약도를 2008년 대비 40%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이 경쟁력 우위를 지키려면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면 고부가 선박을 많이 팔아야 한다”면서 “경제성이 높은 자율주행선, 암모니아 및 수소운반선 등 제조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조선사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스마트 제조 공정과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이 LNG 선박, 기자재 등 여러 기술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도 이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조선업의 고부가 선박 점유율 75% 달성과 무탄소 선박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LNG선 고도화와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 제어로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선박(IMO 3단계) 상용화를 목표로 한 기술 개발과 근거 법률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계의 생산성·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 기술 개발·보급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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