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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복도, 낮은 문고리…휠체어도 포용하는 사무실

◆구글코리아 새 오피스 가보니

책상 모서리 둥글게 만들고

자리마다 점자 안내판 설치

"심리·물리적 제약없는 환경"


뾰족한 책상 모서리, 비좁은 복도와 책상 간격, 귀를 괴롭히는 크고 작은 소음들.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려 봤을 때 흔히 연상되는 풍경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구글 신규 오피스 전경. 책상과 칸막이 모서리가 둥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구글코리아




하지만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28층에 구글코리아가 새로이 선뵌 오피스에서는 이 같은 익숙한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허벅지를 찧지 않도록 모든 책상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었고, 휠체어를 탄 채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통 1.5~1.6m에 불과한 복도 및 책상 간격을 1.8m까지 넓혔다. ‘우영우’처럼 소리에 민감한 이들을 위해선 소음을 흡수하는 물결 모양의 펠트지로 천장을 장식했다.

구글코리아는 강남의 새 오피스를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보였다. 이번 신규 오피스에는 장애, 연령 등과 관계 없이 누구나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원칙인 ‘유니버설 디자인’이 전면 적용됐다. 실제 오피스 곳곳에는 모든 종류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저시력자, 색약자를 위해 현란한 원색 대신 편안한 파스텔톤의 초록색, 빨간색 벽지를 발랐고, 휠체어 장애인도 손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문고리를 일반적인 높이보다 낮게 설치했다. 건물 구조상 원래 없던 장애인용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 신규 오피스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 사진 제공=구글코리아




이같은 투자는 물론 추가적인 비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구글코리아 측은 추가 비용 등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공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원이 심리적, 물리적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야 직원의 업무 효율도 덩달아 개선된다는 믿음에서다.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 총괄은 “다른 구성원들과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는 순간 업무 참여도와 몰입도가 저해될 수 밖에 없다”며 “구글은 모든 직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하며, 이번게 새롭게 준비한 사무실은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번 오피스를 설계하고 열기까지는 사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장애인 접근성·포용성 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이날 해당 모임의 일원이자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서인호 씨는 “일하면서 불편했던 부분들을 적극 건의했고 실제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며 “일례로 예전에는 동료 자리를 찾아가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개인 자리마다 점자를 설치해 이같은 불편이 사라졌다”고 했다.

물론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실제 이날 자리에 참석한 휠체어를 탄 유튜버 박위 씨와 서 씨 모두 입을 모아 “여닫이 문을 미닫이 문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선 여닫이 문보다 끼임 사고가 날 확률이 적고, 휠체어 장애인 입장에선 더 여유로운 가동 범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가 입주 중인 6개의 층 중 이번 신규 오피스(28층)과 20층 일부에만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것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다. 민 총괄은 “점진적으로 모든 층에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끝이 없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피드백을 경청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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