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건강보험, 의료 급여 등 의료보장 진료비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로 진료비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령층이 밀집해 사는 지역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그렇지 않은 지역의 최대 2.5배에 달하는 등 격차도 큰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전체 환자 진료비의 36.9%가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환자의 진료비로 집계되는 등 환자 쏠림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민건강보험이 발간한 ‘2021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의료보장 진료비는 105조 2248억 원으로 2020년 95조 6940억 원보다 10% 늘어나며 100조 원을 넘어섰다. 본인 부담금을 포함한 연간 의료보장 진료비가 10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에는 의료보장 진료비가 전년 대비 1%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2020년 대비 10배 수직 상승한 셈이다. 연간 1인당 진료비는 2019년 191만 원, 2020년 197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214만 원으로 1년 새 8.6% 상승했다.
의료보장 진료비가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데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검사비와 치료비, 백신 접종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고령화도 의료보장 진료비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 됐다. 지난해 의료보장 적용 인구는 5293만 명으로 전년(5287만 명) 대비 0.1% 소폭 증가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891만 명으로 전년(848만 명)보다 5.1%나 늘었다. 65세 미만은 4439만 명에서 4402만 명으로 오히려 0.8% 줄었다.
고령층 인구 비율이 큰 지역은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많았다. 전남 신안군은 364만 3066원으로 전국 평균(214만 1314원)보다 약 150만 원 많았다. 전남 강진군(359만 4840원), 전남 부안군(355만 6737원) 등이 뒤를 이었다.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가장 적은 지역은 148만 6670원을 기록한 경기 수원 영통구였다. 이어 경기 화성(161만 3153원), 경기 용인 수지구(164만 1327원) 등의 순이었다.
통계 연보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도시로의 ‘원정 진료’ 환자 쏠림 현상이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환자의 진료비 비율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이었다. 전체 진료비 26조 1035억 원 중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환자 진료비는 9조 6372억 원으로 36.9%를 차지했다. 광주(30.2%)·대전(27.2%)·세종(26.0%)·대구(25.4%) 등의 원정 환자 진료비 비중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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