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소위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유상증자를 선택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자금 조달 방식인데도 지난 한 달 동안 30개가 넘는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대출금리가 치솟고 채권시장이 마비되면서 재무 상황이 어려운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를 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시켜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상장사는 총 3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곳) 대비 61.9% 증가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14곳으로 지난해(7곳) 대비 두 배나 급증했다. 코스닥은 20곳으로 14곳 대비 42% 급증했다. 발행 자본금도 이달 5조 4470억 원으로 지난해(4조 8733억 원)보다 대폭 늘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과 달리 이자 비용 부담은 없다. 다만 대주주가 직접 사재를 출연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드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유통 주식 수 증가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유상증자는 재무 사정이 정말 악화했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글로벌 금리가 오른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년까지 자금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로부터 자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상장사들이 당장 이자 부담이 덜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상장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달 20일 롯데지주의 비상장계열사인 롯데건설은 운영 자금을 목적으로 2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는데 이날까지 롯데지주 주가는 4.97% 떨어졌다. KC그린홀딩스는 이달 13일 자회사 KC코트렐이 운영 자금과 채무 상환 자금 조달을 위해 328억 1000만 원 규모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는데, 이후 KC그린홀딩스와 KC코트렐은 각각 14.6%, 24% 하락했다. 이 외에 카나리아바이오(-30.51%), 상지카일룸(-22.18%), 코이즈(-12.32%), KT서브마린(-14.1%), 바이오플러스(-8.43%) 등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황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는 수익 기회로 연결될 수 있지만 대개 지분 희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배정이든 제3자배정이든 기존 주주에게는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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