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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드디어 USB-C의 세계로? [윤기자의 폰폰폰]


애플이 지긋지긋한 독자 규격을 포기할까요. 수많은 IT 매니아들의 기대가 현실화 될 것 같습니다. 애플 고위 임원이 USB-C 표준 사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덕입니다. 그간 환경을 생각한다며 충전기 제공을 멈춰놓고, 독자 규격 케이블로 폐기물을 양산해왔던 이율배반이 멈출지 기대됩니다.

애플 정품 라이트닝 to USB-C 케이블. 좌측이 라이트닝, 우측이 USB-C다. USB-C와 호환을 위해 별도 케이블이 필요하다. 사진제공=애플




25일(현지 시간) 그렉 조스위악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유럽연합(EU)의 충전기 단일화 법안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스위악 수석 부사장이 언급한 EU 충전기 단일화 법안에는 2024년까지 모든 모바일 기기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상은 휴대전화·태블릿·이어폰·키보드·마우스·게임기 등 휴대용 IT 기기입니다. 2026년부터는 노트북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됩니다. 충전기와 포트를 단일화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법안이죠.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신 USB-C는 참 편리한 규격입니다. 데이터·전력·영상을 모두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어 대부분의 케이블을 대체 가능합니다. 또 위 아래 구분이 없이 삽입 가능하죠. 가벼운 PD 충전기로 스마트폰 뿐 아니라 노트북도 초고속 충전이 가능해, 무거운 어댑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2015년 USB-C가 도입된지 7년. 모바일 기기 대부분이 USB-C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신 기기들은 크고 느린 구형 단자를 없애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모두 USB-C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 한 곳, 애플을 제외하고 말이죠.



애플은 2012년부터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폰 충전 단자가 라이트닝 규격입니다. 라이트닝은 도입 당시 얇고 위 아래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습니다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사정이 다릅니다. 우선 속도가 느립니다. 데이터, 전력 전송 속도 모두요. 데이터 전송 속도는 2000년에 등장한 USB 2.0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선보다 무선 전송이 빠를 지경입니다. 초고속 충전도 불가능합니다. 최신 안드로이드 폰은 100W 충전을 지원하지만 아이폰14은 라이트닝의 한계로 23W가 최대입니다.

그럼에도 애플이 라이트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 돈입니다. 라이트닝은 애플 독자 규격이니 특허도 애플 소유입니다. 애플 주변기기 제조사들은 모두 라이트닝 라이센스료를 내야죠. 반면 USB-C는 특허료가 없습니다. 애플 주변기기가 비싼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독자 생태계의 힘으로 소비자에게 품질 낮은 규격을 강요하며 비싼 돈을 받아 추가 수익을 챙기는 셈입니다. 매년 라이트닝 케이블 때문에 만들어지는 폐기물은 덤이죠. 애플이 RE100 등 친환경 행보에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고, 쓰레기를 줄이겠다며 충전기 제공까지 포기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참 우스운 일이죠.

다행히 EU가 선제적으로 표준 규격 도입을 강제하며 라이트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듯 합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EU에만 USB-C를 적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듯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전 세계 단일 모델을 고수하는 그간의 애플 정책을 감안할 때 EU만 USB-C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애플도 낡은 라이트닝 규격을 일신할 때가 되긴 했습니다. 빠르면 내년부터 USB-C를 탑재한 아이폰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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