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패션회사들이 20~30대를 겨냥한 패션 브랜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 고객층이 40~60대로 실적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퀀텀점프를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30대 이하 직원들이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품평회를 없애고 보고 체계를 과감하게 단순화하는 등 변화에 나서고 있다.
◇ "이 곳 세정꺼였어?"…변화 날갯짓
30일 세정에 따르면 온라인 전용 남성복 브랜드 'WMC'는 올해부터 웰메이드팀에서 독립해 별도의 사내벤처로 운영되고 있다. WMC는 28~32세 남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브랜드로, 지난해 총 4명의 30대 팀원들이 의기투합해 꾸려졌다. 김종진 WMC 팀장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신념으로 사내벤처를 구성했다"며 "오프라인 가두점 중심의 기업 이미지를 젊고, 트렌디하게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세정은 인디안와 웰메이드, 올리비아로렌 등 오프라인이 중심인 패션 기업이다. 한 브랜드당 소속된 인원만 100여 명이 넘는다. WMC팀은 '기존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모든 과정에 변화를 줬다. 생산 주기를 기존 6개월에서 한 달로 앞당기고, 일명 '카톡 보고' 체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리비아로렌의 경우 베트남 등 제3국에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기획부터 생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물량을 조절하는 '반응 생산'이 어려워 트렌드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WMC팀은 국내 생산으로 돌리며 생산 주기를 최소 2주로 앞당겼다. 특히 오너 2세인 박이라 사장과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선조치 후보고' 체계를 구축해 의사결정을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탄탄티셔츠' 등 히트상품이 나오며 WMC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무신사와 29CM에 이어 코오롱몰에도 입점하며 플랫폼을 넓혔다.1차 목표는 연매출 100억 원 달성이다. 박미수 WMC 마케터(대리)는 "유명 패션 커뮤니티에서 세정의 브랜드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며 "인플루언서나 다양한 캐릭터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더욱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파리패션위크에 선 1세대 패션기업
20~30대 겨냥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패션기업은 LF다. LF는 2019년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통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를 론칭했다. 당시 오규식 LG 부회장은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오랜 기간 트렌드를 조사해온 과장급 직원에게 신규 브랜드 론칭을 맡기는 모험을 단행했다. "기존의 메가 브랜드 팀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오 부회장의 생각이었다. 던스트팀의 모든 의사결정은 LF 임원과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이뤄졌다. 던스트는 힙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력을 내세워 주요 패션 플랫폼에 빠르게 입점했고, 2020년 파리패션위크 당시 프랑스 최대 규모의 쇼룸인 '로미오 쇼룸'에 입점해 브랜드를 알리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던스트는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론칭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사내벤처에서 벗어나 LF의 자회사 '씨티닷츠'라는 독립법인으로 홀로 서기에 나섰다.
형지I&C도 최근 20~30대를 겨냥한 패션 브랜드 '매그넘'을 론칭했다. 매그넘의 뿌리는 기존 남성의류 브랜드인 '본(BON)'이다. 2020년 젊은층을 겨냥해 본의 별도 라인인 '본 매그넘'을 론칭했는데, 본 매그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기존 15%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늘자 매그넘이라는 독자 패션 브랜드로 론칭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형지I&C는 매그넘 신규 로고 상표권리를 확보하고,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며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매그넘 역시 형지I&C의 20~30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 코리아와 협업해 '매그넘 & 미키마우스'와 '매그넘 & 스타워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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