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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람 픽픽 쓰러지는데 계속 밀어…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생존자들이 전하는 사고 순간

넘어진 사람들 피라미드처럼 쌓여

여기저기서 '살려달라' 울부짖고

곳곳 주인 잃은 소지품 널브러져

피멍 든채 맨발로 겨우 빠져나와


“내리막길 앞에 넘어진 사람들 위로 피라미드처럼 사람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29일 토요일 밤 이태원이 비극으로 뒤덮였다. 오후 10시 24분께 ‘사람이 사람들 안에 끼였다’는 119 신고가 최초로 접수되기 시작한 뒤 1시간 새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신고가 80여 건이나 접수됐다. 현장에 있던 남성 홍 모(28) 씨는 “피라미드 인파가 짓누르는 압박에 팔다리가 온통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며 “앞뒤에서는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난리였고 옆 사람은 이미 선 채로 목숨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핼러윈 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부근 골목을 꽉 채우고 있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에 많은 인파가 운집해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연합뉴스




겨우 살아 나온 이들은 당시 상황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인파를 겨우 헤집고 나와 보니 사람들이 앞쪽에서부터 차례로 5~6겹 쌓여 있었다”며 “가방도 잃어버리고 신발도 벗겨지고 옷도 뜯겨진 채 나왔지만 악몽 같은 분위기라 맨발로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로변 한쪽에는 가방과 옷·신발 등 주인을 잃은 소지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오후 11시께부터 대로변 한가운데로 이송돼 소방대원들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던 환자들 역시 대부분 옷이 뜯기거나 아예 벗겨진 상태였다.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징조가 보였다고 전했다. 오후 10시 20분께 한 20대 여성이 이태원파출소를 방문해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인파 속에 끼였다가 나왔는데 가방이 뜯겨져나갔다”며 분실물 신고를 하기도 했다. 30대 남성 권 모 씨는 “오후 8시 무렵까지만 해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였는데 9~10시가 되자 ‘집단 싸움이든 압사든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사람이 치인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거리에는 오후 5시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태원 골목은 출구 없는 미로였다. 한정된 골목들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권 모(27) 씨는 “이태원역 바로 직전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을 세 번이나 놓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29일 하루에만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이태원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오르막길 뒤쪽에서 “밀자, 밀자”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기도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 명이 쓰러진 채 CPR을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울음을 터뜨리며 지인을 찾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소방대원들을 도와 의식의 잃은 환자들에게 CPR을 하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사상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사망 여부나 어디 병원에 이송됐는지 등을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사고 수습과 사망자 집계가 차례로 이뤄지면서 시간이 걸렸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께부터 가용 가능한 전 병력을 투입했고 오전 2시가 돼서야 길거리가 통제되기 시작했다. 소방 당국은 사망자를 오전 2시 15분께 59명, 3시께 120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소방 당국은 사망 사고 원인에 대해 “압사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몸무게가 약 65㎏인 성인 100명이 밀면 아래에는 18톤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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