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전면전으로 돌입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홍콩 주식 보관액이 최근 일주일 새 약 6000억 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개미들은 중국의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산업 성장 등 기대감에 지난달 말까지 계속해서 매수세를 확대해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며, 중국 당국의 통화 및 재정정책 대응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보관금액은 20억 5011만 달러(약 2조 9819억 원)로 일주일 전(1일) 24억 4130만 달러(약 3조 5509억 원)에 비해 5690억 원가량 줄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7억 달러대에 불과했던 주식 보관액은 1월 20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 이후 급증한 바 있다. 이후 보관액은 지난달 19일 25억 7661만 달러(약 3조 7562억 원)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주식 보관액이 크게 준 것은 항셍테크지수가 지난달 18일 연 고점 6105.50 대비 전날 4689.19까지 23.20% 급락해,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중학 개미는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3월 말까지 계속해서 순매수 행렬을 이어오다, 이달(2일, 4일, 8~9일) 들어서야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중국의 AI·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세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포착했지만, 주가는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이달(1~9일 기준) 중학 개미들의 순매도액 상위 종목은 BYD(183억 원), ESR케이먼(108억 원), 텐센트(97억 원) 순이었는데, 그마저도 매도 금액이 적었다. 하락 국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손절하지 못하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날 미국의 125% 대중국 관세 발표에 대해 보복관세를 84%까지 올리고, 방산·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8~2020년 미국의 중국 관세가 19.3%까지 올랐을 당시 중국의 수출은 3.0% 줄었다”며 “10% 관세가 추가 부과될 때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씩 떨어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샤오미의 2022~2024년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은 45.4%, 비야디(BYD)와 알리바바가 각각 25.6%, 8.7%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귀주모태·화룬전력 등 필수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보유)’으로 상향한 반면, 정보기술(IT) 섹터는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경기 부양책 등이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허한 행보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이달 말 수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한 내수 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뿐만 아니라 신생아 보조금 지원, 이구환신 등 소비 촉진을 위한 움직임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