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공매도 제도 재개 이후 포스코퓨처엠(003670)·두산퓨얼셀(33626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일부 종목에 공매도 세력의 베팅이 집중되며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매도 잔액이 집중된 종목들에서 실제 주가 하락이 동반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잔액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아지면서 추가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7거래일 연속 포스코퓨처엠·두산퓨얼셀·롯데관광개발(032350)·SKC(011790)가 1~4위를 차지했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지난달 31일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중이 2.84%를 기록했는데 이달 8일 기준 3.08%로 올랐다. 같은 기간 두산퓨얼셀 역시 2.78%에서 2.81%로, SKC도 1.92%에서 2.12%로 증가했다. 8일 기준 순보유 잔액 금액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6334억 원), 셀트리온(3463억 원), 포스코퓨처엠(2823억 원) 순이었다. 이들 종목도 8거래일 연속 금액 기준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로 2차전지 업종에 집중된 것이다. 공매도 세력은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미국에 편중된 수익 구조, 두산퓨얼셀은 누적된 적자가 주가에 단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공매도를 실행한 주식 중 아직 되사서 갚지 않은 잔여 물량을 의미한다. 공매도를 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하지만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 전까지는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매도 압력으로 읽히기도 한다. 특히 이들 종목이 7거래일 연속 순보유 잔액 비중 상위권에 포진했다는 것은 주가가 하락한다고 보는 공매도 세력의 시각이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포스코퓨처엠은 주가가 7.86%, 두산퓨얼셀은 10.54% 추락했으며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셀트리온도 각각 10.67%, 7.91% 떨어졌다.
물론 이들 종목의 주가가 반등해 공매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세가 더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쇼트 커버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해당 기간 주가가 12.92% 급증했다. 4일에만 상환 물량이 14만 3963주 집중적으로 몰린 여파로 풀이되는데 그럼에도 공매도 세력은 8일 11만 8361주를 다시 대차하며 공매도를 추가로 실행하기 위한 실탄을 장전했다.
이들 종목이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된 것은 롱쇼트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롱쇼트 전략이란 동일한 업종 내에서 성장성이 높거나, 저평가된 종목은 매수(롱)하고 고평가됐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쇼트)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체 흐름과 무관하게 수익을 내는 전략을 말한다. 예컨대 삼성SDI(006400)에는 롱, 포스코퓨처엠에는 쇼트 포지션을 취하면 2차전지 산업의 업황이 좋거나 나쁠 때는 별다른 수익을 낼 수 없지만, 포스코퓨처엠 개별 종목의 실적이 악화됐을 때 큰 수익이 가능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경쟁사 대비 유럽보다 미국에서의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정책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고 짚었다. 최규언 신한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은 올 1분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더해 최근 8200억 원 규모의 계약이 취소됐다고 공시한 것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