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대로변 교차로에 열자 장롱, 퀸사이즈 침대, 서랍장 세트 300만 원 현수막이 휘날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침실 하나를 꽉 채울 수 있는 혼수패키지를 많이 샀죠. 하지만 더는 가구를 이런 식으로 사지 않습니다. 가격도 무게도 가볍고 알찬 실속 제품을 온라인으로 사죠. 스튜디오삼익에게는 기회의 창이 열렸습니다”
올해 가구 업계는 그야말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불경기에 이사 수요가 급감, 원자재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까지 덮쳤다.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가 2014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10% 줄었고 한샘은 올해 3분기 누적 적자 전환했다. 현대리바트는 이익이 올해 반기 기준 82.3% 급감했다.
그런데 온라인 가구 유통 업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튜디오 삼익이 대표적이다. 매출은 올 3분기에만 전년대비 5% 넘게 성장했다. 연 매출 900억 원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경쟁업체와 매출을 합치면 온라인 가구 유통 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최정석 스튜디오삼익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가구 시장이 쪼그라든 게 아니라 가구에 대한 인식과 소비자의 구매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와 가구 구매 빈도 증가 및 짧아진 교체 주기로 온라인 가구 유통 업체의 활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가구 시장…풀필먼트·신규 브랜드 양대 성장 축”=스튜디오 삼익은 2017년 9월 설립된 온라인 가구 유통 업체다. 삼익가구·스칸디아·죽산목공소 등의 브랜드 판권을 사와 40여 개 협력 제조업체에 위탁, 침실·거실·수납·주방 등 2000여 개 가구를 쿠팡이나 네이버, 오늘의 집, 이베이, SSG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유통한다. 품질과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대형사 대비 가격은 절반 수준의 제품이 강점. 이달 10일 IBKS제13호스팩(351340)(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자신이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딘 1995년만 해도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고, 집에서 쓰던 비싼 이불장을 용달차를 불러 옮겨다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는 본가에 자기 짐은 두고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1~2인용 소파나 작은 침대, 가벼운 식탁 등 꼭 필요한 제품만 산다. 그리고 2~4년 뒤 이사를 하며 쓰던 제품은 ‘당근마켓’ 같은 곳에 중고로 팔고 새 제품을 산다. 값싸고 질 좋은 가구가 많아져 용달차와 사람을 부르는 것과 비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사면 배송에 설치까지 해준다. 최 대표는 “더는 가구를 부모님이나 가족 손을 잡고 매장에서 누워보고 앉아보고 사지 않는다”며 “크기, 모양, 색감, 재질까지 세세하게 잘 정리된 인터넷 후기를 보고 편하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변곡점에 들어간 점도 스튜디오삼익에게는 기회다. IMF 이후 재래시장과 백화점이 무너지고 대형 할인점이 자리 잡은 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자라나 망고 같은 SPA 패션이 대세가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최정석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IMF 이후 식(食) 문화가 바뀌었고, 2008년 이후 의(衣) 문화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주(住)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온라인 중심의 유통혁신을 바탕으로 가구 시장 격변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튜디오 삼익은 ‘풀필먼트’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자랑한다. 풀필먼트는 보관·배송·설치·시공까지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대표적이다. 가구 풀필먼트 업체 중에서는 스튜디오삼익이 1위로 평가된다. 실제로 쿠팡, 오늘의집, 이베이, SSG 등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있다. 지난해 풀필먼트에서만 11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6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약 900억 원)의 18%다. 최 대표는 “2년 전 미국 아마존에 입점, 비싼 수업료를 내고 풀필먼트 운영 방식과 노하우를 배워왔고 국내 업체들이 진출을 고려할 당시부터 이미 전담 부서를 꾸리고 관련 사업을 집중했다”며 “4분기에는 네이버 쇼핑의 풀필먼트에 참여, 내년 1분기부터는 관련 매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다양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북유럽풍 프리미엄 원목 가구 ‘스칸디아’를 2020년 출시했다. 스칸디아 관련 매출은 올해 약 39억 원, 내년에는 100억 원 이상이 기대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스칸디아 외에도 중·고가 제품은 스튜디오삼익이, 종합가구는 삼익가구가, 프리미엄 원목 가구는 죽산목공소가 있다. 신규 브랜드도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협력사에 재고를 떠안기지 않고 수요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발주할 수 있는 역량이 입소문 나면서 협력업체도 올해만 15% 이상 증가했다.
◇“매출 올해 900억…성장세 이어갈 것”=스튜디오 삼익의 매출은 성장세다. 지난해 844억 원으로 전년(640억 원)보다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2% 늘어난 42억 원이었다. 2019년 이후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CARG)은 55.3%다.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이다.
이달 10일로 예정된 스팩 합병 승인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12월 29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IBK투자증권, 와이지인베, 라이프자산운용 등 기존 주주들도 합병 상장 이후 6개월~1년 보호 예수를 건 상태다. 최정석 대표는 “기존 기관 투자자가 투자할 당시 기업 가치 수준으로 상장 가격을 정했음에도 투자 기관에서도 회사의 잠재력, 성장성에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며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사업 확장과 함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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