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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구해낸 의인 "'살려달라'던 사람들 보여 눈도 못 감아"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생존자가 남긴 추모 메시지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핼러윈 축제를 맞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어린 아이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을 구조하고 살려낸 익명의 의인이 "눈을 감으면 살려 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31일 JTBC에 따르면 한 대학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사고 당시 인근 가게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사고를 인지하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인명 구조에 나섰다.

A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빼내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양옆에서 사람들이 좁혀져 와서 밑에 있던 분들은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일단 제 눈에는 보이는 대로 최대한 빼냈다"고 이 매체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라도 가게 안으로 넣어달라고 하셔서 제가 그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제 뒤에서는 외국인분들이 제 허리를 잡고 있는 힘껏 빼냈다"면서 "아이의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면서 어떻게든 말을 걸어줬다"고도 했다.

A씨는 또한 "(사람들을 구조한 뒤) 심폐소생술(CPR)을 하는데 입이랑 코에서 계속 피가 나와서 보고 있기 힘들었지만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빼낸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와서 계속해서 CPR을 했다. 지금은 그분들의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PTSD) 장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은 A씨는 "그날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 너무 무서워서"라면서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 밑에서 살려달라는,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핼러윈 인파가 몰린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로 희생된 사망자는 총 15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여성은 100명, 남성은 55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중국, 러시아, 미국 등 14개국 2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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