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고강도 긴축과 부진한 수출 실적, 장기화된 고물가 여파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1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31일 70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4bp 올랐다. 이는 2017년 11월 14일(70.7bp)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 혹은 기업의 파산 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료다. 대외 신인도가 낮아 부도 가능성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주요 기업의 5년물 CDS 프리미엄 역시 현대자동차는 74.94bp, KT와 삼성전자는 각각 67.83bp와 71.42bp 등으로 한층 올랐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점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직전 분기보다 11.0% 감소해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CDS 프리미엄이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DS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한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 위기와 비교해 그렇게 높은 건 아니어서 위기에 가깝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부동산 시장과 기업의 자금 조달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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