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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美대법 '소수인종 배려입학'도 철폐하나…심리 개시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여부 심리 개시

"다양성, 무엇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대법관 위헌 가능성 내포 발언 줄이어

판결, 내년 늦은 봄 이후에나 나올 듯

10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대법원에서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대학 입학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 여부에 대한 심리가 시작된 가운데 제도를 옹호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 때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위헌 여부를 놓고 심리에 돌입했다.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이 제도까지 철폐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월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라는 단체가 소수인종 배려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역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연이어 심리했다. SFA는 2014년 이 소송을 처음 제기해 1·2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두 대학이 ‘인종별로 정원을 할당할 수는 없지만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2003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9명의 대법관 중 총 6명이 보수 성향을 띠고 있어 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위헌 쪽으로 기우는 발언을 많이 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양성(diversity)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난 도대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두 대학 측은 “인종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며 SFA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인종을 고려하지 않으면 대학 교육의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소수인종 배려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낸 의견에서도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의 다양성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만 인종을 고려했다며 하급심 판결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를 대리하는 엘리자베스 프리로가 법무부 송무차관보는 이날 “(어퍼머티브 액션을 위헌으로 판결한다면) 재계·과학계·의료계·군대 등 사회의 중요한 분야에서 인종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대학 입학이 감소하면 결국 사회 지도층에서도 인종 다양성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대법원 결정은 내년 늦은 봄 이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내 여론은 제도 존치에 부정적인 편이다. WP 등이 이달 7~10일 성인 1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3%가 소수인종 배려 입학 금지에 찬성했다. 로이터는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여성 낙태권을 대폭 축소한 지 4개월여 만에 또다시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문제를 마주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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