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러티 리포트’를 보고 다양한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전자피부 기술을 구현해보기 위한 연구를 박사 학위 주제로 삼았죠.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형태로 전자기기를 만들어 착용감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고승환(48·사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여 년 새로운 원리를 규명하고 적용하는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에 도전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석사까지 한 그는 미국 UC버클리에서 박사와 LBNL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KAIST 교수를 역임했다.
우선 그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장기모사칩(organ-on-a-chip)을 선택적 레이저열분해공정을 통해 높은 표면가공과 정밀도를 갖는 기술(3차원 미세패터닝)을 처음으로 선보여 주목을 끈다. 그는 “낮은 비용으로 빨리 장기모사칩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연구는 웨어러블 전자기기, 플렉서블·스트레처블 전자기기, 전자피부, 소프트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와 기능성 필터 등으로 넓다.
고 교수는 “언젠가 반창고나 문신 형태의 전자피부를 부착해 체온, 심박수, 근전도, 심전도,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무선으로 외부에 전송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열 제어를 통한 낮은 온도의 공정 개발과 함께 유연하고 신축적인 소자가 다양한 변형에도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수학 계산 능력뿐 아니라 상상력과 독창성이 중요하다”며 “공상과학(SF)영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것처럼 학생들에게 미래에 꼭 필요할 기술과 제품이 무엇인지 상상해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적의 시간을 각자 정해 근무하고, 정부나 기업의 연구과제가 아니어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연구를 저녁이나 주말에 맘껏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미처럼 진행한 개인 연구가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혁신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도 종종 봤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가 논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활까지 연결돼 더 의미 있게 쓰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2년 전 대학원생들과 함께 차세대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실에서 창업을 독려하자 연간 1~2명의 졸업생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고 교수는 “SF영화에서 옷을 입기만 해도 사용자의 건강 상태가 체크되고, 생각만으로 뇌에 삽입된 전자기기가 컴퓨터나 기계장치를 조종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연구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의 경우 지난해 원숭이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뇌 활동만으로 화면 속 막대를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는 모습을 공개했으나 23마리의 원숭이 중 15마리가 폐사해 아직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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