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중국 기업에 투자해온 미국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이 중국 주식 투자를 일시 중단했다. 중국 투자를 점차 축소해온 상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계기로 리스크가 커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투자가들의 ‘차이나 런(중국 회피)’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타이거글로벌이 최근 중국 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재평가해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펀드 설립자 체이스 콜먼을 비롯한 경영진은 시 주석의 3연임 및 당내 지배력 강화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타이거글로벌은 중국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정말로 대만을 침공할 것인지에 대해 더 명확한 정보를 원한다"고 밝혔다.
타이거글로벌은 잘 알고 있는 소수의 중국 기업에 집중하는 한편 대체 투자처로 인도·동남아시아·남태평양 지역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거글로벌은 디디글로벌·JD닷컴·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기술주의 초기 투자가였을 정도로 중국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대형 온라인·플랫폼 기업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여왔다. 타이거글로벌 펀드의 중국 주식 비중은 지난해 10% 중반에서 지난달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이 중 대부분은 대형 기술주인 JD닷컴과 메이퇀 주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투자가는 타이거글로벌만이 아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지난 1년간 순매도한 중국 주식은 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크셔해서웨이, 소프트뱅크그룹, 미국 텍사스퇴직교원연금, 플로리다공공근로자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단일 종목의 보유 지분을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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