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고,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임 모(57) 씨는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눌려 생을 마감한 그 꽃 같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씨는 지인의 딸이 이태원 참사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좀처럼 잠에 들 수 없다고 했다. 임 씨가 추모공간을 찾은 것은 이날까지 다섯 번째다.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한 국가애도기간은 5일로 끝났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모공간은 이미 시민들이 두고 간 수천 개의 국화꽃과 편지, 음식물로 뒤덮였다.
국가애도기간이 전날 종료되며 장사 준비에 나선 상인들도 숙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중국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 모(47) 씨는 “사고가 발생하고 오늘 처음 문을 열었다”며 “장사를 계속해서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문을 열고 준비하고 있지만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고 밝혔다. 수제 햄버거집 사장인 김 모(40) 씨도 “처음에는 애도기간 동안 경제적 부담을 안는 것에 대해 불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노래를 틀고 장사를 하려니 왜 이렇게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40대 여성은 “자식 있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 처음 추모 공간을 찾았다”며 “사고가 난 골목이 뉴스로 본 것보다 더 좁게 느껴져 마음이 먹먹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남성은 “남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를 기억하고 떠올리면 죽은 이의 삶이 행복해지는 영화가 있다”며 “영화처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남은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추모 공간을 찾은 이 모(18)씨는 “가장 친한 친구의 친구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고 너무 안타까워서 찾아왔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옷을 입은 채 사고 현장을 찾은 한 남성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 앞에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다 주저앉기도 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은 일정기간 유지될 예정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공간인 만큼 용산구가 섣불리 정리하기 어렵다며 “추모를 위해 사용된 꽃과 술, 음식물들이 통행과 인근 가게들의 영업을 방해할 수 있어 최소한의 조치만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센터에는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물들이 그대로 놓여있다. 구겨진 옷과 흙 묻은 신발, 가방을 비롯한 유실물들이 체육관 바닥에 가득했다. 전일일 3일 오후 유족 3명은 서로를 끌어안고 체육관을 돌아다니며 유실물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또다른 유족 2명도 체육관을 들러 유품을 수거해 갔다. 경찰은 아직 많은 유실물들이 반환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6일까지였던 유실물센터 운영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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