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가톨릭 미사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한 비극적 사건에 대해 일주일 동안 조문이나 추도식 참석 등 일정을 챙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국가의 무한 책임을 강조한 만큼 언제, 어느 정도의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 이틀 전 조계사 ‘추모 위령 법회(불교)’, 전날 ‘한국교회 위로 예배(개신교)’에 이어 사흘 연속 각 종교계를 찾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제대를 기준으로 열세 번째 줄에 마련된 좌석에 일반 신도들과 함께 앉았다. 검은색 옷차림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의식 진행 순서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긋고 기도했다. 윤 대통령은 앞선 법회·예배와 달리 이날 미사에서는 별도의 추도사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31일부터 이날까지 7일 연속 합동 분향소를 찾거나 종교계 추도 행사들에 참석했다. 대형 재난 사고라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쉼 없이 추모의 시간을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이 참사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가슴 아파했다. 공식적인 국가 애도 기간 동안만이라도 계속 조문을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컸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과의 회의에서도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야권에서 주장하는 대국민 공식 사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카메라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과연 더 진정성 있는 사과인가”라며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에 사과 등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참사 사고 진상 규명의 진행 정도에 따라 윤 대통령이 상당한 경질성 인사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애도 기간이 끝난 직후인 7일 민관 합동 국가 안전 시스템 점검 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대책 마련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 재난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물론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문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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