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포천의 화일미래기술 공장.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은색 관을 통해 짙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화일미래기술의 이홍근(사진) 대표는 “물만 사용해 닭털 등 유기물을 분해하는 기술로 만든 액체 비료”라며 “화학 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에도 무해하다”고 말했다. 또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경우 보통 1개월~6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 1시간여만에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2010년 일본 후쿠오카대학 교수진 등과 함께 개발해 이듬해 한국에 특허 등록한 이 기술은 ‘초임계수 산화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물을 초임계 상태로 만들어 닭털과 같이 분해가 어려운 난분해성 물질의 성분도 짧은 시간 내에 분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가 내세우는 이 기술의 특징은 친환경성과 신속성이다. 1903년 하버공정(질소고정법)이 개발되며 화학 비료가 대량 생산됐지만,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오랜 기간 비료가 과잉 투입될 경우 작물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 채 토양에 남아 땅을 산성화하는 것은 물론 비가 오면 강과 바다로도 흘러 들어가 수질 오염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
이 대표는 “당사의 기술은 어떠한 화학 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만 이용해 친환경적”이라며 “또 폐섬유와 음식물 폐기물·폐플라스틱까지 분해할 수 있어 폐기물 대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다른 유기질 비료보다 더 빠르게 비료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화학 비료가 아닌 유기질 비료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미생물의 분해에 의해 만들어진 유기질 비료의 경우 그 분해 시간이 최대 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어 다량 생산이 힘들고, 분해되지 못한 물질은 토양에 흡수되지 못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와 비교하면 당사 기술은 최대 2시간에 물질을 완전 분해할 수 있으며, 흡수율도 95%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 덕에 농업계의 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2030 농축수산 부문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27.1%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는 등 온실가스 배출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몸소 농업 현장을 다니며 직접 개발한 제품을 홍보하면서 현장 반응을 확인했다. 그는 “액체 비료라 고령의 농민들도 사용하기 쉽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며 “사용 전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사용 후 작물 상태도 좋고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났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향후 지역농협과 각 지방자치단체 내 협동조합 등과 협업해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적인 비료를 단시간에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농업 연구소와 대기업의 관심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일부 대기업과 함께 제품의 성능을 정밀하게 테스트하고 있다”며 “성능을 더욱 높여 상용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등 주요 농업 국가로 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환경에도 좋고, 농업 생산성은 높여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이 성공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