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르면 1~2년 내 ESG(친환경·사회적 가치·인권과 안전) 정보 공시의 표준화·의무화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200대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30%가량이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어요.”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은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도 2025년부터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라며 “코스닥사를 비롯해 기업들이 ESG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ESG 관련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을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는데, 늦어도 2024년까지 공시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소장은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의 산하위원회인 ISSB는 ESG 경영정보공시가 재무제표에 포함된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보아 동시보고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대부분 기업의 ESG 공시기한이 매년 3월로 의무화될 수 있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올해 10월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총 143개사(코스피 133개사, 코스닥 10개사)로 71.5%를 기록했다. 이 중 조사 대상 코스피 상장사 중 83.1%가 보고서를 공시했으나 코스닥 상장사는 25.0%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국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위해 채택하는 ESG 성과 분석 기준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까지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4개가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143개사 중 71곳이 4개 기준을 모두 채택했으나 34개사는 3개, 20개사는 2개, 18개사는 1개 기준을 따랐다. 또한 143개사 중 70개사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3)을 공시했다. 현재 EU의 공급망 실사지침과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측정해서 책임져야 한다. 이 소장은 “기업의 지속가능 목표가 전략,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 등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화하고 수치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통계 포털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 기업은 2020년 38개, 작년 78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10월까지 123개사로 늘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업이 100%로 가장 높았고, 비금융지주·물류업(88.2%), 은행·증권·카드업(87.5%)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가 많은 엔터테인먼트(50%), 제약·바이오업(45.5%) 등은 낮았다.
이 소장은 “ESG 생태계 측면에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하되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ESG 경영의 기회와 위험을 균형있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 스토리와 메시지를 투명하고 일관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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