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아 2050년 잠재성장률이 0%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투입해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3면 이어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를 10년 단위로 끊어보면 1991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노동 공급은 경제성장률에 1%포인트 기여했는데 고령화로 노동의 기여도가 2020~2030년에는 0%포인트대, 2030년 이후부터는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노동 공급이 줄면 자본을 한 단위 투입할 때 생산성도 덩달아 하락해 경제 성장에 대한 자본의 기여도마저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마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2050년 잠재성장률은 0%에 그칠 것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2011~2019년의 연평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인 0.7%가 앞으로도 유지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전체 생산성에서 노동과 자본 투입에 따른 생산성 증가분을 제외한 것으로 규제 혁파와 기술 혁신, 노사 협력 등에 따른 생산성 증가분으로 구성된다. 다만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0%로 오르면 2050년 잠재성장률은 0.5%로, 1.3%로 더 오르면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제고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KDI는 경제구조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총요소생산성은 대외 개방,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 완화, 기업 규제 혁파, 인적 역량 강화 등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구조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가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민간 부문의 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생산연령인구의 경제 참여율을 최대한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저조한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외국 인력도 적극 수용해 노동공급이 감소하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KDI는 이런 전망을 기반으로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임을 반영해 정책 기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목표를 설정할 경우 경기 과열,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