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담배 3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로즈만스)’가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이른바 '연초'로 불리는 궐련 중심의 시장에서 담뱃재 없고 비교적 냄새가 덜 나는 전자담배가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이를 하나의 '스마트기기'로 인식하는 소비자 성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나 성장했나?
국내 첫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출시된 2017년 당시 전자담배 시장의 규모는 2.2%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몸집을 키워 올해 상반기 기준 14.5%로 확대됐다. 이는 이미 2조원 규모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25년이면 2조5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담배회사의 실적도 함께 증가했다. KT&G는 올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액(연결 기준) 1조621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올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577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뛰었다. 같은 기간 종이담배 판매량이 1% 감소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9.6%에서 올해 상반기 14.5%로 확대됐다.
◆왜 인기 있나?
전자담배는 건강(?)을 생각하는 문화와 트렌드에 따라 '연초(궐련)보다 덜 해로운 담배'로 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한 2017년 당시 대세로 떠올랐던 '금연 열풍'에 따라 '냄새 안 나는 담배', '담배보다 덜 해로운 담배' 등으로 전자담배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KT&G, BAT로즈만스 등이 잇따라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해왔다. 담배를 끊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로 먼저 갈아타야(?) 한다는 소문들도 떠돌며 전자담배 시장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자담배 사용률이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021년 영국 전자담배 시장의 총 매출액은 34억 달러(원화 약 4조9000억원)를 기록했고 2027년에는 42억 달러(한화 약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전자담배 흡연량이 꾸준히 증가해 일본 내 일반담배 소비량은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도입 이후 지난 5년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덜 해롭나?
최근 담배업체 BAT로즈만스는 연초 담배에서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로 전환할 경우 각종 건강 지표가 개선된다는 자체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23~55세 성인 500명을 비흡연자 그룹과 금연 그룹, 연초를 지속 흡연한 그룹, 연초에서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그룹으로 나눠 1년 동안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그룹은 연초를 지속 흡연한 그룹에 비해 폐질환, 암, 심혈관질환 등의 조기 발병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 지표가 상당히 개선됐으며 염증 지표인 백혈구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산화 스트레스 수치도 낮아졌다고 BAT는 설명했다.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졌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관련 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개최한 '제1회 금연정책 공개토론회'에서 윤석범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국내 정책에서 보면,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와 별도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현행법상 담배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전자담배에 인체에 해로운 화학 첨가물과 니코틴이 포함돼 일반 담배와 동일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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