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의 유동성 위기에 국내 거래소의 유동성 관리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비트·빗썸 등 대형 거래소는 정기적인 외부 감사를 받고, 예금 잔액이 회원 예치금을 웃돌며, 자체 토큰 발행이 사실상 금지돼 FTX 사태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회계감사만으로 유동성이 충분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감독기구가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FTX ‘뱅크런’ 사태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유동성 관리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외부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내에선 외부감사법에 따라 두나무(업비트)와 빗썸코리아(빗썸) 등이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돼 분·반기별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받으면서 거래소 보유금 등을 모두 회계 법인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반기별, 분기별 공시를 하고 있으며 내부에서 자체적인 감사실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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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감사를 맡은 한울회계법인이 지난 6월 공개한 지난 2분기 빗썸 재무실사보고서에에 따르면 빗썸이 보유한 예금 잔액은 회원 예치 금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도 지안회계법인 예금실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4일까지 한 달 동안 회사의 암호화폐 보유량이 고객 예치금 대비 약 101.58% 규모로 초과했다고 밝혔다.
국내 거래소가 FTX 등 해외 거래소와 달리 자체 토큰을 발행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위험에 적게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는 직접 발행한 암호화폐 및 특수관계인이 참여한 암호화폐의 취급이 불가능하다. 황 교수는 “FTX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토큰을 계속 발행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가 부실해졌다”며 “국내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해상충이나 위험 관리 측면에서 거래소 토큰 발행에 제한을 둔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거래소도 회계 감사만으로는 유동성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권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감사를 받았다고 해서 이 회사가 건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없다”며 “유동성 관리 상황에 대해 회계감사를 받았다는 거래소의 답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독기관이 없어 거래소에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충분한 자산을 보유했는지, 어디에 커스터디(예치)했는지, 거래 토큰의 실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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