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기준 세계 3위 암호화폐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미국 내 거래소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을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날까지 유동성 부족 우려를 ‘루머’라고 부인하던 FTX의 갑작스러운 매각 추진 소식에 ‘제2의 루나 사태’를 우려한 암호화폐 시장은 또다시 폭락했다.
8일(현지 시간)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FTX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FTX 측과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며칠간 전면 회계실사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도 이후 트윗으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발표는 FTX가 “자금 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나왔다. 우려됐던 FTX의 유동성 부족 사태가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시장은 동요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2020년 11월 이후 최저인 1만 7300달러대로 주저앉았고 이더리움는 18%가량 급락한 13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도 약 1조 300만 달러에서 9000만 달러로 하루 만에 10% 이상 증발했다.
FTX의 재무 부실 우려는 지난주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시작됐다. 매체는 FTX 관계사인 투자펀드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X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인 FTT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산관리 회사인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TT 가격이 하락하면 알라메다는 마진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FTX가 알라메다에 자금을 대출했다면 모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후 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7일 “루나 사태와 같은 경우에 대비해 보유 중인 FTT 코인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됐다. 바이낸스는 초기 FTX 투자자로 FTT 보유량이 약 5억 3000만 달러어치에 이른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이날 발표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72시간 동안 약 60억 달러의 순인출이 발생했다”고 고백했다. 유동성 부족이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서면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거래가 불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양사는 거래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카이코의 리서치애널리스트인 코너 라이더는 “투자자들은 몇 달 전 (루나 사태의) 데자뷔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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