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시장의 불안정성이 계속되면서 금융 당국이 11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18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 시행에 따른 시장 상황도 점검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11일 자금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증권사들이 조성한 자체 기금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요인이 되는 ABCP의 매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긴급회의는 ABCP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ABCP는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법인(SPC)이 미래에 지을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는 증권사가 유통을 맡는데 만기가 3개월 정도로 짧아 계속 연장해야 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들이 500억 원씩 총 4500억 원을 모아 SPC를 설립하고 이달 중 중소형 증권사의 ABCP를 매입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중 2조 원을 지난달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했다. 추가 대책에는 산은의 매입 대상을 ABCP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하는 등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자금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CP 91일물 금리는 9일 5.02%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돈이 급한 기업들이 만기가 짧은 CP 시장으로 몰린 탓이다. 김 위원장이 18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및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시장 상황 점검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1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간담회를 공식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간담회에서 5대 금융지주는 올해 말까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 원 △채안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 원 △계열사 자금 공급에 10조 원 등 총 95조 원을 풀기로 금융 당국과 협의했다. 이 중 약 90조 원이 은행을 통해 집행된다. 이외에도 은행들은 제2 금융권의 신용 유지에 협조하고 ABCP 매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추가 대책이 발표된 후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18일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